대한불교조계종 종정 성철스님의 열반에 쏠렸던 관심이 불교에 대한 관심으로 옮겨가고 있는것은 반가운 현상이다. 때맞춰 출간된 성철스님의 전기소설과 법어집·법어테이프등이 많이 팔리고, 다른 불교서적들의 판매량도 늘고 있다고 한다. 서울에서 개봉될때 큰 관심을 끌지못했던 영화 「화엄경」이 뒤늦게 지방극장에서 관객을 모으고, 비디오 가게에서는 「만다라」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아제아제 바라아제」등의 불교영화를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그동안 불교는 바람직스럽지못한 일들로 화제가 되는 경우가 자주 있었고, 많은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인상을 남긴것이 사실이다. 다른 종교들 역시 약점과 폐단을 드러내고 있지만, 불교는 외부의 비판에 거의 무방비상태인채 부정적인 면만이 두드러지는 경향이 있었다.
성철스님이 세상을 떠나면서 우레치듯 세상을 깨우친것은 종교의 본질은 수행이라는 평범한 진리다. 뼈를 깎는 구도없이, 세속의 욕심을 버림없이, 참다운 신앙에 이를수 없다는것을 그는 자신의 생애로써 말해주고 갔다. 그의 초인적인 수행정진이 종교를 초월하여 만인에게 감동을 준것은 우리가 휘몰아치는 종교열풍속에서 가장 중요한것을 망각하고 있었다는 새삼스런 각성때문이었다.
지난 4일 입적한후 10일 다비식을 치를때까지, 성철스님의 7일장은 그가 한평생 솔선수범한 무소유의 삶답지 않게 화려했다. 신문잡지들이 유례없는 취재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수십만 추모객이 해인사로 몰려갔고, 장례절차 하나하나가 장안의 화제가 되었다. 불타는 참나무속에서 육신의 옷을 벗는 다비식은 장례의식의 절정이었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스무시간이나 불길이 타오르는 동안 『사리가 몇개나 나올것인가』로 온 관심이 모아졌다.
걱정스런 순간이었다. 사리의 숫자가 한 수도승의 생애를 총체적으로 심판하는 기준이라도 되는것처럼 떠들썩해지자 많은 사람들이 우려했다. 장의집행위원회 주변에서 『석가모니이후 최대의 사리가 수습되고 있다』는 말이 흘러나올 때, 걱정은 더욱 커졌다. 크게 꾸짖는 성철스님의 목소리가 들리는것 같았다.
성철스님의 상좌스님들은 『추모객이 많이 오시다보니 장례식이 자꾸만 커져서 평생 근검절약하시던 스님의 뜻을 거스르고 있는것은 아닌지 두렵다』고 걱정했는데, 사리가 화제가 되는동안 불교신자가 아닌 사람들까지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사리란 법력으로 형성되는것이 아니고, 생리현상으로 만들어지는것이라는 어떤 의사들의 주장을 굳이 믿지 않더라도 사리숫자에 집착하여 속된 흥미와 신비주의에 빠지는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을것이다.
15일 장의집행위원장 일타스님은 『지금까지 공식발표된 사리 1백10과 외에 오륙십과의 사리가 정골에 박혀있으나 더이상 수습하여 공개하지 않고 사리탑에 봉안하겠다. 사리가 얼마나 나왔느냐는 관심은 불교의 참뜻이 아니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그 발표는 우리를 안심하게 했다. 성철스님이 남기고간 누더기장삼이 사리의 무게로 찢어진다면 그 사리가 무엇이겠는가. 자신에게 엄격했던 한 수도승의 열반으로 일고 있는 잔잔한 파도의 의미를 불교계가 깊이 새겨서 자기쇄신과 중흥의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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