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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관세 장벽” 전세계 관심/NAFTA 내일 미 하원 표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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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관세 장벽” 전세계 관심/NAFTA 내일 미 하원 표결

입력
1993.1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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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 정치생명 걸어/통과땐 역외권 큰 타격 오는 17일로 예정된 미국하원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비준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찬반논쟁이 절정에 이르고 있다. 뉴욕 할렘의 흑인빈민들에서부터 백악관의 클린턴대통령에 이르기까지 NAFTA는 바로 미국민 모두의 이해가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마치 지난 60년대 한국에서 한일협정비준을 놓고 벌어졌던 국민적 논쟁과 비슷하다.

▷NAFTA란 무엇인가◁

 NAFTA는 미국 멕시코 캐나다등 북미 3국이 앞으로 15년간에 걸쳐 관세를 완전히 없애는 것을 골자로 한 자유무역지대를 창설하는 무역협정이다. 서유럽이 마스트리히트조약을 통해 유럽공동체(EC)를 만드는 것과 맞먹는 세계경제지도의 변화이다. 이 3개국이 관세를 완전히 없애면 미국의 자본, 캐나다의 자원, 멕시코의 노동력이 결합되어 자체 경쟁력을 가진 인구 3억6천만, 국내총생산 7조달러에 이르는 거대 경제블록이 생기게 된다.

 따라서 미국 멕시코 캐나다등 NAFTA회원국은 물론 북미시장에 수출하는 모든 나라가 수출규모에 따라 타격을 받게 되어 미국하원의 표결에 비상한 관심을 쏟고 있다.

▷미국의 전략◁

 NAFTA에 대한 미국의 이해관계는 무엇인가. 멕시코의 공세적 자세와는 대조적으로 미국의 정책은 방어적인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첫째, 미국은 유럽공동체, 일본, 아시아 신흥공업국들로부터 도전받는 미국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NAFTA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미국기업의 입장에서 볼때 인구 8천7백만의 멕시코는 거대한 잠재소비시장이다. 이 협정 발효로 관세가 없어질 경우 평균 20%에 이르는 관세를 물지 않기 때문에 미국제품은 멕시코시장에서 경쟁력이 엄청나게 높아진다. 따라서 미국은 수출이 많아지고 일자리가 늘어나게 된다.

 멕시코는 값싼 노동시장이다. 미국기업이 멕시코에 공장을 짓고 값싼 노동력을 이용하여 만든 제품을 미국으로 역수입할 경우 원가가 줄어들고 관세부담이 없기 때문에 미국시장에서의 경쟁력이 확보된다. 제3국으로의 수출에서도 유리하다. NFATA는 원산지규정을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어 현지공장에서 현지부품을 거의 조달하지 않을 경우 역외국가제품의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타격을 받게된다.

 둘째, 미국은 세계정치무대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방편으로 NAFTA에 집착하고 있다. NAFTA를 통해 북미자유무역지대를 만듦으로써 미국은 유럽공동체나 일본등에 통상압력을 효과적으로 가할수 있고, 탈냉전후 세계질서 재편에서 지도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요즘 미국에서 『NAFTA는 경제문제가 아니라 외교문제』라는 말이 나오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수 있다.

 셋째, 미국은 멕시코이민유입으로 사회문제를 안고 있다. 매년 1백만명이상의 멕시코인 불법입국자가 미국으로 몰려들고 있다. 경제는 침체일로인데 과다한 이민이 사회비용을 고갈시키고 있어 장기적 대책이 절박하다. NAFTA를 통해 멕시코에 일자리를 만들어주고 장기적으로 생활수준을 높여 불법입국을 줄여보자는 것이 미국의 계산이다. 미국사회의 주류인 백인들은 멕시코인의 범람을 공개적으로 비난하지는 못하지만 잠재위협으로 느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정치적 논쟁 왜 일어나나◁

 미국에서 NAFTA를 추진한 것은 부시전대통령의 공화당정부였다. 91년부터 협상을 벌여온 공화당정부는 92년 부시재선을 위해 서둘러 작년 여름 협상을 매듭지었다. 당시 민주당의 대통령후보였던 클린턴은 원칙적인 지지를 보냈고, 대통령취임후 환경과 노동에 관한 보조협약을 체결하는 보완조치를 취한후 중요한 외교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NAFTA를 추진했던 공화당이나 이를 맡은 클린턴행정부나 학계 및 언론계의 주류는 미국의 처한 상황으로 볼때 NAFTA를 돌이킬수 없는 정책으로 지지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사회 저변에는 강력한 역류가 흐르고 있다. NAFTA는 미국공장을 멕시코로 이전시키고 따라서 일자리를 수출하게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뉴욕이나 디트로이트등 동북부 중서부의 공업지역에는 반대여론이 압도적이다. 실업률 확대에 민감한 흑인사회도 반대의 목소리가 거세다. 농업지역에서도 멕시코수출이 유리한 옥수수재배농가는 찬성이고, 캐나다와 경쟁해야하는 밀생산농가는 반대이다.

 NAFTA반대운동의 선봉에는 작년 대통령선거때 클린턴을 밀었던 거대한 노조가 서있다. 로스 페로가 노조와 연대하고 있고 흑인지도자 제시 잭슨, 보수논객인 패트릭 뷰캐넌등 이념적으로 전혀 다른 사람들이 반대진영에 가담하고 있다. 정작 결정권을 가진 의회에서는 하원원내총무인 게파트등 민주당의원들이 클린턴정책에 반대하고 있다. 하원은 정당에 관계없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찬반이 엇갈려 있다.

 클린턴대통령은 NAFTA통과에 정치적 생명을 걸다시피하고 민주당 하원의원들을 설득하고 있다. 그러나 반대를 표명한 하원의원이 찬성보다 더 많다. 비준안이 통과될 경우 내년선거에서 떨어질까 겁내기 때문이다. 고어 부통령과 페로의 텔레비전토론에서 고어가 페로를 압도했지만 하원의원들의 마음을 돌리느라 백악관은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한국은 어떤 영향 받나◁

 NAFTA가 미하원에서 통과되면 내년 1월1일부터 효력을 발생할 것이 확실하다. 상원표결이 남았으나 지역적 이해를 어느정도 초월할수 있는 상원통과는 낙관적이기 때문이다.

 NAFTA가 통과되면 한국같은 역외국가엔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미국시장을 놓고는 인건비에서 유리한 멕시코와 경쟁해야되고, 멕시코시장을 놓고는 20%의 관세장벽을 안고 미국제품과 경쟁해야한다.

 NAFTA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은 원산지 규정이다. 제품의 부가가치에서 일정비율이상 미국 캐나다 멕시코산 부품을 쓰지 않을 경우 관세를 고스란히 물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미국에 수출하는 자동차는 원산지규정이 62.5%이다. 엔진등 중요부품을 미제로 쓰지 않을 경우 이 규정에서 제외되어 관세 2.5%를 물어야한다. 1만달러짜리 차의 경우 멕시코에서 조립한 자동차보다 가격경쟁력이 관세에서만 2백50달러만큼 불리해진다. 전자제품의 경우 멕시코의 관세는 대개의 품목이 20%, 미국의 관세는 4∼5%로서 경쟁력유지가 어려울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섬유류는 더더욱 경쟁력을 잃게 된다. 한국기업들은 걱정하는 단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 미국을 방문했던 박운서상공차관이 기자들과 간담회자리에서 『NAFTA가 통과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라고 말했듯이 NAFTA대책은 뾰족한 수가 없는것 같다.【뉴욕=김수종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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