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에 쌓인 제품 워낙많아 부담/경공업 가장 어렵고 중화학은 호전 한국은행은 15일 제조업의 재고증가세가 올들어 점차 둔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한은은 이를 경기가 미약하나마 꿈틀거리고 있는 징후라고 풀이했다.
한은은 그러나 재고율 자체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어 기업이나 가계가 느끼는 체감경기는 아직도 「불황」이며 이런 불황감은 상당기간 지속될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한은이 이날 발표한 「최근의 제조업 재고동향과 특징」에 의하면 지난 1·4분기(1∼3월)에 전년동기대비 7.3%를 기록했던 제조업 재고증가율은 2분기에 4.1%로 낮아진데 이어 3분기에는 3.3%까지 떨어졌다. 제조업의 재고는 경기후퇴가 시작된 91년 하반기부터 크게 늘기 시작해 92년 상반기까지 20% 가까이 급증했으나 92년 하반기부터 점차 증가율이 둔화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또 제조업체의 재고율(출하량에 대한 재고량의 비율)은 3분기에 1백11.9를 기록해 1년3개월만에 최저치를 보이고 있다. 제조업 재고율은 지난해 3분기에 1백17.9로 최고치를 보인뒤 그 이후 감소세를 지속하고있다.
반면 제조업 출하 증가율은 지난해 4분기 0.4%를 바닥으로 점차 높아지면서 3분기에는 6.5%를 기록했다. 올 1분기 1.4%, 2분기 2.9%, 3분기 6.5%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한은은 재고가 줄고 출하가 늘어나는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경기가 완연한 회복세를 보인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재고수준 자체가 워낙 높기 때문이다.
재고율은 지난해 3분기를 고비로 1년여동안 계속 낮아지고 있지만 1백10대의 재고율은 제2차 석유파동이 있었던 82년초(1백24)이래 최고 수준이다.
더구나 재고율 하락 추세가 예전에 비해 훨씬 완만해 기업 입장에선 경기가 좋아지고 있다는 느낌을 거의 받지못하고있는것으로 한은은 분석하고있다. 지표는 개선되고 있으나 기업은 아직도 불황의 기나긴 터널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한것으로 느끼는것이다.
한은은 재고율이 정점에 도달한 이후 6개월간의 하락속도를 비교한 결과 82년 4월이후에는 월평균 1.9%씩, 85년 9월이후에는 월평균 1.8%씩 떨어졌으나 92년 11월이후에는 종전의 3분의1에 불과한 0.6%씩만 하락한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업종별로는 고임금으로 경쟁력이 약해진 대부분의 경공업 업종은 생산이 부진한 가운데 재고수준도 올라가고 있으나 수출에서 호조를 맞고 있는 중화학 업종은 생산도 호전되고 재고수준도 크게 떨어지고 있다. 한은은 수출과 내수가 신통치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경공업 부문의 어려움은 상당기간 지속되고 이에따라 전반적인 경기회복도 예상보다 더뎌질 것으로 전망했다.【이백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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