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는 선생님 말을 잘 안들어요. 때리지 않으니까 말을 점점 더 안 듣는것 같기도 해요. 좋게 타이를수록 들은 척도 안합니다. 마음대로 안되면 화를 내는데 그 화도 지나칠 정도로 냅니다. 소리를 마구 지르거나 욕을 하기도 하고 물건을 부수기까지 하는거예요』 16세의 아들 현우에 대한 그 어머니의 하소연이다. 놀랍게도 현우는 우리 클리닉에서나 학교에서 늘 온순하고 조용하고 말 잘듣는 학생으로 알려져 있다.
현우보다 더 심한 행동을 보이는 학생도 있다. 막무가내로 떼를 쓰기도 하고 그래도 안되면 자기분에 못이겨 가끔 숨도 제대로 쉬지못해 얼굴이 파랗게 질리는가 하면 토하기까지 한다. 어린 자녀의 경우 낮에 일부러 옷에 오줌을 싸는등 평소에 하지않던 성질을 부릴때가 많다. 흔치는 않지만 가끔 부모나 주위어른을 발로 막 차거나 때리는 아이들도 있다.
이런 행동이 2∼4세때 일어나면 그렇게 큰 문제가 아닐수가 있지만 그냥 내버려둬 5∼12세가 되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그러다 어른이 되면 소리지르기,때리기, 물건부수기등의 아주 거친 행동으로 발전하게 된다.
그런 행동을 하는 사람을 두고 우리들은 보통 집안의 누구누구를 닮았으니 별수 없다는 식으로 말해버리는 경우도 많다. 그런 행동이 마치 선천적으로 물려받은것인양 체념해 버리는것이다.
심리학자 앨버트 트리스캔은 성질을 부리는 행동을 3단계로 분류했다.
1단계는 불평하는 단계다. 말을 많이 하거나 또 잘하는 아이들은 자기 불평을 말을 통해 끝내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언어발달이 제대로 안돼 표현을 잘 못하거나 마치 우울증에 걸린듯한 내성적인 자녀는 문제가 심각해진다.
2단계는 불평으로 해결하지 못했을때 소리를 지르는등 짜증을 부린다. 말로써 해결하지 못하고 성질을 부리는것으로 자기의 화를 삭이려고 드는 자녀들이 이런 행동을 한다고 볼수있다.
3단계는 아무일도 없었던것처럼 일상으로 돌아간다. 한바탕 폭풍우가 지나고나면 우울증에 걸리는 아이들도 많다. 가족이나 친구들과도 이야기 하려 하지않고 그저 혼자 있고 싶어한다.
자녀들이 짜증을 내고 성질을 부리는 이유에 대해 심리학자 애슐리 몬타그는 다음과 같은 분석을 내리고 있다.
첫째, 자신의 행동이 자기가 생각하는 기대수준에 어긋난다고 생각해 마음속에 치미는 화를 자기스스로 소화하지 못할때 일어난다. 둘째, 평소 집에서나 주위에서 누군가가 그런 행동을 하는것을 보고 자란 자녀들이 그런행동을 많이 한다. 셋째, 참는 훈련이 제대로 돼 있지못한 자녀에게 많이 발생한다. 넷째, 마음에서 일어나는 화를 자기 의사로 분명하게 표현하지 못할때 성질을 부린다.
그런데 클리닉에 오는 10대 자녀들은 언어발달에는 별 문제가 없는것으로 보인다.그들은 그들의 고민을 부모에게 설명하려 해도 부모들이 이해하려 들지 않는다는 고백을 자주 한다. 우리는 여기서 부모 자녀간에 발생하는 대부분의 문제가 단지 자녀만의 문제이기 이전에 부모 자녀간의 관계나 부모의 태도에도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엿볼수 있다.<전정재·미캘리포니아 주립대교수>전정재·미캘리포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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