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통한 역대정권·집권자 비화 기록/“박 대통령 좌익연계” 주장도 격동의 우리 현대사를 헤쳐온 종교계 원로가 현대사를 회고한 자서전을 펴냈다. 「빈들에서」(열린문화간· 전3권)는 사회운동가나 성직자, 혹은 정치인의 직함이 모두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강원롱씨가 76년간의 생애를 돌아보며 자신의 삶 속에 투영된 한국의 역사, 종교, 사회의 변화를 반추한 책이다.
따라서 그의 자서전은 개인의 이야기인 동시에 우리 현대사에 대한 기록이고 , 역사에 흔적을 남긴 걸출한 인물들의 열전이기도 하다.
그 속에는 폭넓은 사회활동으로 역대 집권자와 개인적인 대화 채널을 가질 수 있었던 그의 특별한 위치 때문에 역대 정권이나 집권자들에 대한 비화가 적지않게 실려 있다.
특히 용공시비도 일으킬만한 박정희전대통령의 좌익세력 연계설에 대한 증언은 주목할 만하다.
제2권(혁명, 그 모순의 회오리)은 반공을 국시로 삼아 유신독재의 칼날을 휘두른 박대통령을 친북 좌익정치인으로 강하게 의심하고 있.
그는 5·16쿠데타 직후부터 박정희씨를 좌익세력으로 의심하기 시작했다고 밝히고 있다. 서울대 교수였던 친구 박경일씨가 박정희씨의 좌익경력과 가계의 내력, 쿠데타 전후의 좌익세력 접촉에 대해 믿을 만한 증언을 했다는 것이다.
<박정희 소장은 과거 사형선고를 받을 정도의 좌익경력이 있는 사람이다… 그의 친형인 박상희는 대구 10·1폭동을 주도한 사람으로 최후까지 항전사살됐다… 특히 간과할 수 없는 것은 5·16이 터지기 며칠전부터 서울 대동여관에 모인 대구 폭동 주동자등의 친북 좌익인사들의 동태다… 나는 그 여관의 여급에 부탁해 그들이 모이는 방에서 나오는 휴지통을 입수했다. 그런데 그것을 뒤져보니 놀랍게도 찢겨진 혁명성명서 초안과 5월15일까지 긴급상경하라는 전보문이 나왔다…>박정희 소장은 과거 사형선고를 받을 정도의 좌익경력이 있는 사람이다… 그의 친형인 박상희는 대구 10·1폭동을 주도한 사람으로 최후까지 항전사살됐다… 특히 간과할 수 없는 것은 5·16이 터지기 며칠전부터 서울 대동여관에 모인 대구 폭동 주동자등의 친북 좌익인사들의 동태다… 나는 그 여관의 여급에 부탁해 그들이 모이는 방에서 나오는 휴지통을 입수했다. 그런데 그것을 뒤져보니 놀랍게도 찢겨진 혁명성명서 초안과 5월15일까지 긴급상경하라는 전보문이 나왔다…>
『정말 사실이냐』를 몇번이나 되묻던 그는 이 사실을 스스로 확인하게 됐고 대책을 논의한 끝에 당시 내무부장관이었던 한신장군과 로버트 키니 미8군 정보책임자를 만나 이 사실을 알렸다고 적고 있다.
또 그는 60년대말 주한 미대사를 지낸 하비브로부터도 『우리들이 내린 결론도 그가 좌익사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믿을 만한 사람들로 벽을 쌓았습니다. 예를 들면 이후락 공보실장이나 정일권 총리 같은 사람들로 박정희 둘레에 울타리를 쳐 박정권의 좌경화를 막아온 겁니다』라는 말을 들었다는 것이다.
그는 박정희씨의 변신에 대해서는 친구 박씨의 말을 인용해 『박대통령이 혁명당시 좌익세력과 연계돼 있었던 것은 분명하며 그의 변신은 김신조사건을 계기로 시작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는 이 책에서 만주땅을 방황하며 농민운동을 전개하던 청년시절과 해방직후 이승만 김구 여운형등의 정치인들과 건국운동에 힘쓰던 시절, 진보신앙의 선봉으로서 한국 기독교계의 개혁과 교회갱신운동에 힘쓴「크리스챤 아카데미」활동 등을 세밀하게 더듬고 있다.【서사봉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