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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영 등 강경자세에 “한국 희생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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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영 등 강경자세에 “한국 희생양”

입력
1993.1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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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암기 둘러싼 미·리비아 갈등 재연/리비아 “미 편든다” 태근로자 추방/현지인 채용요구로 공사 큰차질 리비아에 진출한 한국건설업체들이 태국 근로자들의 갑작스런 철수로 큰 타격을 입을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동아건설·현대·대우등 한국 주요 3개 건설업체들이 리비아 대수로공사등에 고용해온 태국 근로자들은 리비아측의 추방명령으로 앞으로 2주간격으로 2백∼3백명씩 리비아를 떠날것으로 11일 보도됐다.

 이번 사태는 기본적으로 88년 12월 발생한 팬암기 폭파사건 용의자의 신병 인도를 둘러싼 미국과 리비아간의 알력과 이들 두 나라간의 대립과정에 태국이 말려든것이 발단이 됐다. 리비아에 진출한 한국기업은 이들 세나라의 틈바구니에 끼여 공사차질과 함께 큰 경제적 손실을 입게될 전망이다.

 미국은 리비아 대수로 및 운하 건설을 위해 이곳에 진출해 있는 1만여명의 태국근로자들이 화학무기생산에 동원되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들의 철수를 태국정부에 강력히 요청해왔다.   

 미국은 또한 동아건설이 건설중인 대수로공사의 터널 일부가 화학무기저장소로 이용될 수 있으며 비상시에는 방공호로 전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한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압력에 눌린 태국정부는 지난달 태국근로자들을 리비아에 불법송출했다는 혐의로 자국 인력송출업자 4명을 체포하고 3개 알선업체를 폐쇄했다.

 이에 격분한 무하마르 카다피 리비아국가원수는 지난 8일 조속한 시일내 한국건설업체에 근무하고 있는 1만여명의 태국 근로자들을 추방하고 대신 현지인을 채용할것을 요구했다.

 이에따라 한국 건설회사에서 일하던 태국인 근로자 2백여명이 10일 방콕으로 철수했다. 현재 리비아에 진출해 있는 한국건설업체에 종사하고 있는 태국 근로자수는 동아건설의 5천5백명과 대우·현대등의 8백여명을 합쳐 6천3백명정도이다.

 한편 유엔 안보리는 11일 그동안 팬암기 폭파용의자의 신병인도를 강력히 거부해온 리비아에 대해 지난해 4월 취한 항공운항 및 무기수출금수등 1차제재에 이어 해외자산동결을 비롯한 추가제재조치를 결의했다.

 12월 1일부터 발효될 대리비아 추가제재결의안은 리비아의 해외 은행예치금등 자산동결, 원유선적 터미널과 정유소에 사용되는 일부 장비 및 설비의 판매금지, 리비아항공 해외사무소의 전면 폐쇄등을 포함하고있다.【박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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