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롭고 휘황한 명상의 세계… 화랑가는 오랜 불황기를 헤매고 있지만 열정적인 작가들의 붓은 멈추지 않고, 미술관이나 화랑의 문도 닫히지 않는다. 우리의 미술문화를 비옥하게 하는 주요작가들의 전람회를 월 1회 컬러화보로 소개한다.【편집자주】
11월의 화랑가는 비중 있는 재외작가들이 일시귀국해서 여는 전시회들로 풍성하고 휘황하다. 그 풍요로운 분위기는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이 선도한것으로 볼 수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이달 안에 재외화가 3명의 개인전을 각각 열어 그들이 해외에서 벌인 외롭고 긴 작업을 기념하고 있다.
「손동진전」(16일까지) 「곽훈전」(12월3일까지) 「김창렬전」(27일∼12월21일)이 그것이다. 규모가 큰 만큼 이 전시회들은 작가가 걸어온 행적을 드러내는 회고전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손동진씨는 54년에 도불한 후 79년에 프랑스 명예 예술가회원이 된 원로화가이다. 검정과 갈색, 청색이 서로 포개지면서 조화를 이루고 있는 그의 그림은 물고기와 새등의 형상, 혹은 무늬들이 자연스럽게 추상화하는 과정과 그 충동을 보여준다. 이 전시회에 이어 그는 샘터화랑(18일∼12월17일)에서도 전시회를 갖는다.
곽훈씨 역시 선화랑(23일까지)에서, 김창렬씨는 갤러리현대(12월1∼15일)에서 각각 근작들로 전시회를 갖는다.
재미작가 곽훈씨는 찻잔, 기, 주문, 겁 등의 시리즈로 한국인 혹은 동양인의 헤아리기 힘든 정신세계를 형상화해 왔다. 재불화가 김창렬씨는 각 시기별로 캔버스 위에, 혹은 피가로지 위에, 낙엽 위에, 한자 위에 떨어져 빛나는 명료한 물방울들을 통해 하나의 회화적 명상의 세계를 보여준다.
환기미술관에서는 고 김환기씨의 뉴욕시대 작품들이 「환기재단 젊은 작가전」과 함께 12월 5일까지 전시되고 있고, 동아갤러리에서는 광주에서 의욕적으로 활동해온 강련균씨의 수채화 30년전이 27일까지 열리고 있다.
호암갤러리는 한지를 소재로 추상작업을 벌여온 전서울대교수 정창섭씨의 회고전이 22일까지 계속되며, 유나화랑에서는 독자적인 초현실주의적 세계를 개척해온 서양화가 김선회씨의 개인전이 27일까지 열리고 있다.
또한 천안 아라리오화랑에서는 조각가 최종태씨(서울대교수)의 개인전(14일까지)이, 지난달 문을 연 대전의 한림갤러리에서는 개관기념전 「한국미술, 어제와 오늘전」(12월25일까지)이 각각 열려 지역인의 미술에 대한 갈증을 적셔주고 미술문화의 지역분산을 시도하고 있다.【박래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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