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당과 민주당이 각각 새 시대의 깨끗한 정치를 지향하는 통합선거법 개정 시안을 마련, 내주부터 본격 절충에 들어간다. 양당은 상당한 기간동안 당내 심의 토론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저마다 최선의 대안임을 자부하고 있다. 사실 양당의 시안을 비교해 보면 좋은 아이디어를 짜내느라 고심한 흔적이 보인다. 종전에 보지 못한 새로운 제도의 도입이 크게 눈에 뛰고, 깨끗하고 조용한 선거를 치르는 방향으로 기존의 제도를 개선하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민자·민주 양당이 처한 여야의 입장에 따라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부분도 상당히 있지만 우선 종전과 같은 선거행태는 고쳐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돈이 판을 치는 선거, 법이 있으나 마나한 선거는 이제 안되겠다는 대전제에서 여야가 공동대처하고 있다는것은 정말 반가운 일이다. 거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불법불정선거운동에 대해 정치적 극형까지 규정한 엄격한 조항들이 섬뜩할 정도로 피부에 와 닿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야가 선거혁명을 해야한다는 공동인식 아래 총론부문에서는 이견을 보이지 않고 있는것이 다행이다.
앞으로 양당이 협상을 하는 과정에서도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내세워 「깨끗한 정치」에 대한 초지를 굴절시키는 일이 없도록 당부하고 싶다. 겉으로 말은 안해도 지나치게 이상에 치우치고 있다고 불만을 품은 의원들도 상당히 있다고 들리기 때문이다. 특히 여당인 민자당안에 그런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의 소유자들이 많다기에 경고하고 싶다. 그러나 그런 부류의 사람들이 결코 도도히 흐르는 역사의 흐름을 역류시키지는 못할것이다.
따라서 선거풍토의 획기적 개혁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반드시 달성해야한다는 목표설정에서는 차질이 있을것 같지 않다. 총론에서는 이론이 나올 수 없다는것이다.
그러나 각론으로 들어가보면 양당이 여러 분야에서 서로 의견이 부딪치고 있다. 선거권자의 연령을 비롯하여 투표방식, 합동연설회, 당원단합대회, 언론인출마에 이르기까지 여러가지 문제에서 서로 다른 방안을 제시해놓고 있다.
이제 막 절충을 시도하려는 첫 단계에서 어느당의 주장이 옳고 나쁘다는 식으로 성급한 판단을 내릴 생각은 조금도 없다. 앞으로 토론 심의과정에서 장단점이 저절로 드러날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가지 강조하고 싶은것은 그러한 각론에 얽매여 총론을 그르쳐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각론의 일부 조항에서 여야의 의견이 엇갈려 해결이 안된다고 해서 전체를 희생시켜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양당의 시안에서 드러난 차이점은 보기에 따라서는 별것이 아니다. 정치의 획기적인 개혁, 선거풍토를 완전히 바꾸는 혁명적인 전환이라는 큰 둥치에 비하면 가지에 불과한것들이다. 그래서 가지 때문에 둥치까지 송두리째 희생시켜서는 안된다는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그런 지엽적인 문제 때문에 이번 회기내에 처리를 못하고 다음 회기로 미뤄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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