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내 유일한 협의체로 중시/독립된 경제 공동체화는 반대 일본은 17일부터 시애틀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제(APEC)각료회의와 20일의 비공식정상회담이 아·태지역의 경제주도권을 둘러싼 미국과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간의 갈등을 해소하고 미·중국관계의 개선을 지원하는 일본외교의 중요한 시험대로 보고있다.
17일부터 19일까지 외무장관, 무역장관이 참석하는 각료회의에서는 역내의 무역·투자장벽 감축에 대한 행동계획인 「무역·투자계획선언」을 채택하고 이를 전담할 무역투자위원회의 설치를 결정하게 된다. 이는 지난 89년 창설 이래 역내국가간의 느슨한 형태의 협의의 장이었던 APEC이 아·태지역의 거대한 경제권 형성을 실현할 수 있는 지역경제기구로서 탈바꿈함을 뜻한다.
APEC의 이같은 빠른 변모는 지난 7월 「신태평양공동체」구상을 제창한 미국 클린턴행정부의 아시아·태평양 중시정책에 힘입은 바 크다. 수출기지·투자지역으로서 유럽보다 비중이 더 높아지고 있는 아·태지역의 무역자유화를추진, 미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유럽공동체(EC)에 대항하는 지렛대로 삼으려는 의도이다.
미국의 이같은 의도에 대해 일본·한국등은 「미국이 없는 아시아 안보유지와 무역발전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기본적으론 환영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일본등이 포함된 동아시아경제협의체(EAEC) 구상을 추진해온 아세안국가들은 EAEC구상실현에 제동을 걸어온 미국이 역내경제권의 주도권을 장악하려는데 달갑지 않은 반응이다. 특히 EAEC의 창안자인 마하티로 말레이시아 총리는 정상회담에 불참, 감정의 앙금이 남아있음을 내보이고 있다.
아세안국가들은 여건이 성숙되지 않은 상태에서 미국에 떼밀려 무역·투자자유화가 성급하게 추진돼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일본은 미국의 구상이 일본은 물론 새로운 경제대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장기적인 포석이라고 분석하고 있으나 APEC을 통해 이 지역에 구축해온 경제적 리더십을 장악할 수 있다고 보고있다.
그러나 APEC이 EC, NAFTA와 같은 자유무역협정이나 독립된 경제공동체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일본정부의 입장이다. 이는 아세안 회원국들의 입장과도 공통되는 것이다. 경제발전속도, 민족, 문화의 이질성으로 결속력있는 자유무역공동체가 되기엔 시기상조라는것이다. 만일 자유화를 성급히 서두를 경우 APEC자체가 분열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일본정부는 이에따라 시애틀회의에서 ▲역외에도 적용하는 열린 지역주의 ▲가맹국의 발전단계를 감안한 다양성존중 ▲가트존중 ▲APEC을 무역협상의 장으로 하지 않으나 역내 유일한 협의체로 중시 ▲역외국과의 대화 중시등의 기본원칙을 확인할것을 제창할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이를 통해 무역마찰을 빚고있는 미국과 일본의 해외생산기지화된 아세안국가 모두를 달래는 조정자역할을 담당할 전략이다.【도쿄=안순권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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