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주거비 턱없이 높아 실익반감/인건비 중진국1위… 경쟁약화 불러 임금은 올리면서 낮추는 방법이 있고 낮추면서 올리는 방법이 있다. 임금을 올려주고 그 이상으로 생계비를 올려버리면 임금은 올리나 마나고 오히려 명목임금인상률 이상으로 실질임금을 낮출수도 있다. 반대로 주거비나 생계비등을 강력하게 안정시키면 명목임금을 올리지 않고도 실질임금을 올릴 수가 있다. 임금을 올리면서 실제로는 낮추어버린 나라가 바로 남미국가들이고 임금을 올리지 않으면서 실질임금을 올려준 나라들이 일본 대만 같은 나라들이다. 남미국가들은 얼마전까지만 해도 실패의 전형이었던 나라들이고 일본 대만은 성장신화를 만들어낸 가장 모범적인 성공사례들이다.
우리나라는 어느 쪽인가. 고지가 고금리와 함께 「고비용구조」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 고임금 때문에 경쟁력의 원천이 봉쇄되고 있는 형편이지만 우리나라의 고임금은 경쟁력을 약화시키는데만 기여하고 있을 뿐 근로자들의 생활을 윤택하게 하고 복지를 증진시키는것과는 별로 상관이 없는 공허한 고임금이다. 생계비와 주거비가 너무나 턱없이 높기 때문이다. 임금이 「너무」올라가서 국가경쟁력을 갉아먹고 있지만 생활비와 주거비가 워낙 많이 들기 때문에 그 고임금이 근로자들에게는 아무런 실익이 없는 공허한것으로 되고 마는것이다. 아무런 실익이 없는 공허한 고임금 때문에 경쟁력만 약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구매력 기준으로 실질임금을 국제비교하는데 햄버거지수라는게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 생활비를 햄버거값으로 비교해보는것이다. 달러로 환산한 맥도널드햄버거 1개의 값은 한국이 2.89달러인데 비해 중국은 1.5달러, 홍콩은 1.16달러, 말레이시아는 1.3달러, 태국은 1.91달러로 우리가 가장 비싸다. 생활비가 그만큼 많이 든다는 뜻이다.
제조업 월평균임금을 보면 우리가 1천23달러(92년)인데 비해 중국은 43달러(92년), 말레이시아는 2백60달러(91년), 태국은 1백15달러(91년)다.
우리나라 제조업부문의 인건비는 선진국을 제외하고 세계 최고 수준이다. 대만 홍콩등 아시아권 경쟁국은 물론 멕시코 헝가리등 중남미와 동구국가들보다 높다. 한국은행이 입수한 독일 쾰른 소재 독일경제연구소의 「아시아의 용이 경쟁자를 만났다」라는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제조업체들은 일본과 서구선진국을 제외하곤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시간당 인건비를 지출하고 있는것으로 조사됐다. 실물경제 연구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이 연구소는 92년을 기준으로 각 나라 제조업체의 시간당 임금과 식비등 부대노동비용을 합한 총인건비(노동비용)를 독일 마르크화로 환산 비교해본 결과 우리나라는 총인건비가 시간당 9마르크47페니히 (한화4천6백원)에 달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간당 임금은 6마르크 57페니히, 부대노동비용은 2마르크9페니히였다. 대만과 싱가포르는 총인건비가 8마르크대로 우리보다 다소 낮았고 홍콩은 6마르크대로 훨씬 더 낮다. 그런데도 실속없는, 실익도 없는 임금이 이들 나라들보다 훨씬 더 높아 경쟁력을 잃고 있는것이다. 고금리 고지가와 함께 「고비용구조」의 핵이 되고 있는 고임금을 깨기 위해서는 주거비·생계비의 획기적인 인하를 포함한 강력한 물가안정이 필요하다.【이상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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