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앞 투자 소홀… 눈앞시장 놓칠판/「3고」가 손묶고 행정규제는 발목잡아/올 공급차질 7만대… 뒤늦게 증설 “부산” 국내 자동차업계가 내수 수출 모두 주문이 밀리는 공전의 호황을 맞고 있으나 생산설비 부족으로 주문물량을 대지 못하고 있다. 특히 쇄도하는 수출주문을 소화하기 위해 내수물량을 수출로 돌리고 있는데도 주문을 소화해내기에는 역부족이어서 해외시장 확대라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있다.
자동차업계가 최대의 호황을 맞고도 물량을 대지 못하고 있는것은 내수나 수출시장에서의 수요가 예상외로 급증한데도 이유가 있지만 국내의 투자제약요인들때문에 제때에 투자를 하지 못했기때문이다. 자동차업계는 비싼땅값 고임금 고금리등 불리한 여건외에 규제위주의 정부행정때문에 투자시기를 놓쳐 눈앞에 닥친 호황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하며 업계는 물론 정부도 10년앞을 내다보고 치밀한 투자계획을 세워 추진해야 할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자동차메이커들은 부랴부랴 뒤늦게 생산설비를 늘리느라 야단이지만 이 또한 임시대응의 차원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고 장기투자계획을 세워두고 있지만 여러가지 제약으로 계획대로 이뤄질지 의문시되고 있다.
10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자동차3사의 연말까지 수출해야 할 물량은 18만여대로 내수물량을 수출로 돌리더라도 4만여대의 수출차질이 발생할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신차를 중심으로 한 내수 적체물량은 3만여대에 달해 수출을 합친 공급차질물량은 7만여대에 이를 전망이다. 자동차업계는 주문을 사절하지 않고 다 받았다면 올해 자동차수출은 계획치(55만대)보다 15만대는 더 늘어날 수 있을것으로 추정했다. 10월말 현재 수출실적은 47만5천대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신형 쏘나타와 엘란트라를 중심으로 해외에서 주문이 밀리고 있으나 다 소화해내지 못하고 있는데 회사측은 연말까지 연장근무를 하며 풀가동을 하더라도 총 주문물량 35만대중 1만대정도 수출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현대측은 자동차3사중 비교적 과감하게 설비투자를 했지만 그래도 시장여건변화에 좇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털어놓고 정부가 보다 과감한 투자진작시책을 폈더라면 지금의 자동차호황을 십분 활용할 수 있었을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아자동차는 수출주문 17만대중 연내 공급가능한 물량이 16만대밖에 안돼 1만대의 수출차질이 생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기아측은 세피아가 처음 소개된 미국시장에서 수출물량을 당초 계획된 연 2만대에서 5만대로 늘려줄것을 요청하고 있고 이란 인도네시아 대만 필리핀등에서도 부품형태로 수출해 현지에서 조립하는 물량을 늘려줄 것을 요구, 생산설비만 충분했으면 주문물량보다 4만대이상은 더 수출할 수 있었을것이라고 밝혔다.
기아는 이같이 폭증하는 수요를 대기 위해 현재 연65만대수준인 생산능력을 95년까지 1백15만대, 97년까지 1백50만대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기아자동차관계자는 『공장부지 자금확보 문제와 2천여개나 되는 관련중소기업을 육성하는 문제때문에 증설투자는 모험이나 다름없어 실천에 옮기는데 애를 먹는다』며 『현재의 투자계획도 4∼5년전에 이뤄졌어야 지금의 기회를 활용할 수 있었을것』이라며 아쉬워했다.
대우자동차도 연말까지 수출하기로 한 물량이 13만대이지만 실제 수출가능한 물량은 11만2천대에 머물러 1만8천대의 수출차질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내수에서도 소화해내지 못한 물량을 2만대정도로 잡고 있다. 대우측은 합작선인 GM과 결별한뒤 신시장개척으로 수출주문이 쇄도하고 있으나 군산 제2공장건설 지연으로 수출확대기회를 놓치고 있다고 밝혔다. 90년부터 추진한 군산 제2공장건설은 아직도 토지개발공사가 땅값을 당초 계약한 평당 14만원보다 비싼 20만원을 요구하는 바람에 착공이 지연되고 있다.【방민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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