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단 일각서 비판론 대두/“상업적 성공 불구 정당성·리얼리티 부족 독자에 왜곡된 역사전파 우려” 이인화씨(27)의 「영원한 제국」(세계사간)은 7월15일 초판이 나온 이래 넉달이 채 안돼 20여만부가 팔린 베스트셀러 소설이다. 정조 독살설이라는 독특한 모티브에 당대의 사상논쟁을 삽입시키는 작가의 재능이 대중을 사로잡았다는 평가이다. 이 소설은 영화(감독 박종원)와 연극(연출 주요철)으로도 만들어질 예정이어서 더욱 화제가 되고 있다.
「영원한 제국」이 상업적인 성공을 거둔것은 기뻐할 일이지만 「창작과 비평」, 「문예중앙」, 「상상」등 3개문예지 겨울호가 일제히 이 작품을 문학적으로 비판하는 글을 싣고있어 눈길을 끈다.
「창작과 비평」에 서평「소문난 잔치의 먹을 거리: 세계관의 대립」을 발표한 설준규씨(한신대 영문과교수)는 「영원한 제국」이 「역사소설」이라는 이름으로 왜곡된 역사를 전파시킬 위험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는 『「영원한 제국」은 권력기반이 취약한 남인의 이상주의가 사악한 음모와 술수를 구사하는 권력집단에 의해 부서져 가는 과정이다. 남인의 입장 또한 치열한 대립과정을 통해 정당성을 제대로 점검받지 못한 채 패배한 세력의 자기옹호 수준에 머물고 있다. 자기 옹호는 감각적이지만 을씨년스러운 문체로 감싸인다. 역사에 대한 허무주의적 시각이 마무리부분에서 결정적으로 개입할 수밖에 없는 처리방식이다. 「영원한 제국」은 이런 뜻에서 식민사관을 넘어서기보다 그것을 심층적인 수준에서 재생산하고 있다는 혐의가 짙다… 이른바 「교양」이 독자에게 미칠 효과가 우려된다』고 말하고 있다.
「상상」에 「음모, 장편소설의 새로운 화두」를 통해 올가을 발표된 소설을 점검하고 있는 서영채씨(서울대 국문과 대학원 박사과정)도 설준규씨와 비슷한 입장이다.
그는 『「영원한 제국」이 만들어 놓은 대립항은 신권중심주의 대 왕권중심주의, 곧 권력분산의 논리 대 권력집중의 논리이다. 이 둘중 「영원한 제국」이 서있는 자리는 화자인 이인몽이 서 있는 자리, 곧 남인이 추구했던 권력집중의 논리가 놓여 있는 자리이다. 조선이 「진보적」인 입헌정치를 못해서 망한것이 아니라, 정조의 절대왕정을 수립하지 못해서 망했다는 화자의 진술은… 정치적 복고주의의 양태이다』고 말했다.
신정현씨(서울대 영문과교수)는 「문예중앙」의 평론 「역사소설의 조건」에서 구조가 거의 비슷한 에코의 「장미의 이름」과 이인화씨의 「영원한 제국」을 비교하고 있다.
그는 『「장미의 이름」이 훌륭한 소설인것은, 무엇보다 에코 자신의 삶의 이야기가 「중세인들의 삶속에서 있었을것 같은 이야기」를 빌려 표현되었기 때문이다.… 그는 중세의 이야기를 통해 현재의 이야기를, 나아가 역사보편의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영원한 제국」을 읽는 독자는 정조시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라는 물음을 거두어서는 안되며, 승경도놀이 같은 어떤 놀이를 하고 살았을것이라는 가정을 해보아야 한다』고 두 작품의 리얼리티를 비교했다.
이인화씨는 서울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박사과정에 있으며, 본명 류철균으로 평론활동도 하고있다. 그는 92년 첫 장편소설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로 제1회 작가세계 문학상을 받았다.【이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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