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영화 「하몽 하몽」/통제력 잃은 「섹스 후유증」/왕성한 식욕·성욕 거칠게 표현/모자낀 4각관계 불도덕 비판 보편적으로 섹스와 먹는 행위는 동의어처럼 취급돼왔다.그래서 섹스와 식욕을 주제로 한 영화들도 많은데 그 대표적인 작품으로 일본의 이타미 주조감독이 만든 기발나게 재미있는 섹스풍자극 「탐포포」를 들 수 있겠다.
스페인어로 질좋은 햄을 뜻하는 비가스 루나감독의 스페인영화「하몽 하몽」(JAMON JAMON)도 섹스와 먹는 행위를 연관지어 만든 섹스팬터지로 화면에 넘쳐흐르는 섹스연기가 성난 황소의 콧김처럼 거칠고 뜨끈뜨끈하다. 스페인의 호모괴짜감독 페드로 알모도발(「나를 묶어줘요」 「하이 힐스」)의 작품분위기를 다소 띠고있는 이 영화는 섹스와 먹는 행위의 상관관계외에 섹스와 계급갈등도 다루면서 섹스윤리와 섹스습관 그리고 사회관습과 도덕성따위들을 박살내고 있다.
여공과 주인 아들의 연애와 임신, 둘을 떼어놓으려는 대가 센 공장여사장, 그리고 이런 촌극에 끼여든 햄배달원이 빚어내는 섹스와 빗나간 음모와 비극적 결말은 마치 우리나라의 TV드라마를 연상시키고 있다.
스페인 남부의 먼지가 풀풀나는 고속도로변 시골. 언덕위에 서있는 황소모형 입간판의 쇠불알에 이어 투우연습을 하는 주인공의 한가운데가 툭 불거져나온 팬츠를 클로스업시킨 첫 장면에서부터 이 영화의 흐름을 감잡게 된다.
삼손표 팬츠공장집의 샌님스타일 아들 루이스와 과성장한 소녀같은 여공 실비아는 연인사이로 실비아는 루이스의 아기를 임신했다. 결혼을 반대하는 루이스의 어머니 콘치타는 아들과 실비아 사이를 갈라놓기 위해 신체건강한 햄배달원 라울을 매수, 실비아를 겁탈케한다. 그러나 라울은 실비아를 사랑하게 되고 아직도 에너지가 충만한 콘치타는 오히려 라울의 황소같은 정력에 함몰되고 만다.
루이스와 실비아, 라울과 실비아, 또 라울과 콘치타는 섹스를 하면서 줄곧 먹는 얘기와 음식얘기를 하는데 주된 품목이 정력에 좋다는 햄과 마늘. 이밖에도 이 영화에는 오믈렛 올리브기름 양파 통돼지 소시지등 각종 음식들이 끊임없이 거론되고 표현되면서 왕성한 식욕과 왕성한 섹스가 맞불을 일으킨다.
서로가 자기에게 걸맞지않은 상대를 끌어안고 있는 매우 역설적인 세쌍의 포옹장면으로 끝이 나는 「하몽 하몽」은 통제력을 잃은 섹스의 후유증을 얘기하고 있다. 배우들의 연기도 출중한 이 작품은 92년도 베니스영화제 은사자상 수상작이다.【미주본사편집국장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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