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마디 욱신욱신 눈도 침침… 농부증 호소/“모두가 앓는병” 병원가겠단 말도 못꺼내 경기포천군의 주부농민 이양자씨(34)는 하루중 아침이 가장 괴롭다. 뼈마다 근육마다 안쑤시는 곳이 없고 머리와 눈도 침침하다.추수철엔 더 하다.거울을 보면 자신의 나이가 도저히 짐작 되지 않는다. 도시로 시집간 친구들의 얼굴과 비교해보면 사람의 몰골이 아니다.농촌여성 치고 이씨만큼 몸이 아프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다. 너도 나도 앓는병이라 병원에 가겠다는 말을 하기도 부끄럽다. 그러나 이대로 방치한다면 2세의 건강을 장담할 수없는 지경에 이른것이 현재 농촌여성의 건강실태이다.
농촌여성의 건강을 이같이 만든 주범은 살인적인 중노동이다. 여성개발원이 올해 농촌생활실태를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농번기에 남자는 11.25시간동안 농작업을 하고 0.64시간동안 집안일을 한데 비해 여성은 10.69시간의 농작업과 4.03시간의 가사노동을 해 총노동량에서 남성을 훨씬 앞지른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영양학회는 육체노동을 하는 성인여성에게 최소한 하루 2천7백16㎉의 열량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농업진흥청 정금주생활지도관이 한국복지농촌연구회 연구모임에서 발표한 논문「농촌생활실태와 여성의 역할변화」에 의하면 우리나라 농촌여성이 하루에 섭취하는 열량은 2천4백21㎉에 불과하다.
에너지외에 다른 영양소도 부족한것 투성이이다. 한국영양학회 권장량을 기준으로 칼슘의 섭취량은 82.5%, 비타민A 95.7%, 리보플라빈 88.4%정도다.
수면시간도 부족하다.노동을 많이해 하루8시간의 숙면이 필요하지만 일에 쫓기다보니 자는 시간도 충분치 못하다. 여성개발원 수석연구원 박정은박사가 87년 실시한 「농촌여성의 건강실태에 관한 연구」에 의하면 조사대상 1천4백여명 가운데 9.1%가 농번기의 수면시간을 2∼4시간이라고 응답했으며 73%가 5∼7시간이라고 대답해 일이 바쁠때 충분히 자지 못하는 경우가 82.1%나 됐다.
농촌여성이 농업에 참여하는 횟수는 과거에비해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85년 농수산부가 발표한 「농가경제 조사결과 보고」에 의하면 농촌여성이 하루동안 농작업을 하는 시간은 65년에는 평균 2.58시간에 불과했으나 20년이 지난 85년에는 3.86시간으로 늘어났다. 자연히 남성들이 주로 앓던 농부증같은 산재형 증상이 여성들에게도 나타나고 있다.
농부증이란 장기간 육체노동으로 허리가 쑤시고 불면증과 소변곤란을 겪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전남대 의대 예방의학교실이 지난해 4월부터 올 1월까지 전남지역농민을 대상으로 농부증현황을 조사한 결과 여자의 환자비율은 26.2%로 16%의 남자보다 높은것으로 밝혀졌다. 여성들이 농사를 짓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농약중독과 농기계사고도 빈번해졌다. 89년 농업진흥청이 농촌주부를 상대로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77.6%가 농약을 뿌려봤다. 이 가운데 2.2%는 중증을 보여 통원치료를 받았고 34.8%는 현기증을 보여 정상적으로 일을 하지못했다. 같은 조사에 의하면 농기계 조작중의 사고를 당한 경험이 있는 농촌주부도 전체의 26.6%나 됐다.
박박사는 『일부에서는 병원이 농촌 구석구석까지 세워지고 있으므로 차차 개선될것이라는 시각도 있으나 이는 ▲병원비용이 농민에게는 부담스럽다는 점 ▲여성의 가정내 지위상 병원을 가겠다고 주장할수 없는 경우가 많다는 점 ▲병원에서 딱 부러지게 진단을 할수 없는 농부증 산후통등을 앓는 경우가 많아 의료보험혜택을 받을수 없다는 점등을 이해하지 못한것』이라며 『상업적 원리에 기초를 두고 있는 농촌의료서비스체제를 공적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이은호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