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옷/살짝 내비친 여인의 얼굴에 은근한 매력이…(한국의 미)

　조선의　부인과　처녀들은　외간　남정네들과　내외하기　위해　장옷을　쓰고　다녔다.　서민층에서　널리　사용된　이　장옷은　여인들의　얼굴을　가려주어　신비감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했다.　궁중과　고관들의　집안에서　애용하던　너울에　비해　간편한　모습이지만　활달한　서민들의　삶이　배어　싱그러움을　더한다.　장옷은　얼핏보면　두루마기와　비슷하다.　겉감은　초록색이라　생동감을　전해주고　안감은　자주색을　써서　은근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흰　동정을　둘러싼　옷깃과　길게　늘어진　옷고름도　자주색을　배치했다.

　이　장옷을　머리에　쓰고　얼굴만　살짝　드러내면　어느　여인도　매혹스런　자태가　된다.　한길에서　마주치는　남정은　다소곳이　내리뜬　눈을　엿보다가　발을　헛디디기　일쑤였을　것이다.　장옷의　앞섶은　꼭　여며지도록　단추를　달았고　행여나　흘러내릴까　잡아　매도록　속에도　이중고름을　달았다.

　조선후기　화가　신윤복의　풍속도에는　장옷　쓴　여인과　이를　훔쳐보는　선비가　자주　등장한다.　장옷은　때에　따라　명주　모시　항라　등　다른　옷감으로　만들어　변화를　주었다.　국립민속박물관소장.【최성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