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불협화음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9인9색의 지도부가 빚어내는 당력의 원심현상 역시 마찬가지라고 할수 있다. 그러나 요즘들어 이런 민주당적 특징들은 예전과는 달리 비치고 있는 측면이 있는것 같다. 민주당은 최근 이기택대표의 미래지향적 노선을 놓고 각 계파간 시각차를 뚜렷이 드러내고 있지만 이 갈등이 반드시 소모적 파쟁적 양상으로 나타나지는 않는것 같기 때문이다. 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한 집권여당을 상대로 정치적 경쟁을 벌여야 하는 이 시기에 야당의 건전한 고민이 현재 민주당의 노선논쟁에 깔려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가령 과거청산문제에대한 일치된 당론을 정립하지 못한 민주당이지만 이를 논의해 가는 최근의 당내 모습은 그런대로 보기가 괜찮다. 당내 민주개혁정치모임이 속리산에서 지난 5일부터 1박2일간 가진 수련회를 지켜본뒤 이런 인상들은 더욱 뚜렷해지는 듯하다. 수련회에서 상당수 참석자들은 민주당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매섭게 지적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이기택대표등 당지도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게 제기됐다. 비판은 거섶지만 여기에는 성토라기보다는 공동의 문제에 대한 진지한 모색이 담겨 있었다. 무거운 주제때문인듯 전체적인 분위기도 가라앉은 편이었다.
「9인9색으로 표현되는 지루한 당론 결정과정」 「결정된 당론도 일관성을 잃은채 표류하는 무기력한 지도력」등의 표현이 거침없이 등장하는가 하면 한 원외위원장은 『민주당은 이해관계가 얽힌 9인의 주식회사』라고까지 신랄한 비판을 가했다.
다른 의원은 정기국회의 원내전략과 관련, 『여당에 질질 끌려다니게 돼 결과적으로 들러리나 서게 되는 꼴이 됐다』고 성토하기도 했다. 토론은 예정된 시간을 훨씬 넘겨 새벽 3시가 넘도록 계속됐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성도 나왔다. 개혁모임은 당에 어떤 기여를 했는가라는 따끔한 자문이었다. 그리고 참석자들은 민주당의 문제를 공동의 문제로 인식해야한다는 공감대를 함께 만들어 갔다.
개혁모임은 어찌보면 당내 여러 계파중 하나에 불과할수 있다. 때문에 이번 독자모임을 자파단합의 성격으로 국한시켜 버릴 수도 있을것이다. 그러나 수련회에서 개진되고 논의된 다양한 의견과 진지한 분위기는 현재 민주당이 안고 있는 문제가 어디에 있으며 이를 어떻게 극복해 가야 할것이며 이 과정은 어떤것이 되어야 하는가에 대해 여러가지를 시사해 주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적어도 민주당에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확인하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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