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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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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3.1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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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대의 성철 큰 스님이 남긴 열반송이 범부들의 폐부를 찌른다. 그런 대덕이 『일생동안 남녀의 무리를 속여서, 하늘을 넘치는 죄업은 수미산을 지나친다…』고 자처했으니 누구인들 옷깃을 여미지 않을수 있겠는가. 번뇌의 속박을 떠나 삼계를 탈각, 무애자재의 깨달음을 얻음을 해탈이라고 할진대, 큰 스님의 구도는 그런 경지에까지 이르지 않았을까 짐작되는 것이다. ◆수미산이란 고대 인도의 우주론에 나오는 세계의 중심을 이루는 고산. 구산팔해가 사보로 이뤄진 그 신비의 산을 둘렀고 해와 달도 그 중복을 회전한다는 불교적 이상향이라고 한다. 일찍이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라는 유명한 법어로 중생의 어리석음과 번뇌에서의 벗어남을 가르쳤던 큰 스님은 수미산을 지나치는 죄업을 그처럼 읊으며 이승의 옷을 벗은 것이다. ◆큰 스님의 열반이 전해진 다음날 속세에서는 한때 「떠오르는 태양」으로까지 받들어진 한 정치인, 박철언의원의 1심송사가 결심되어 2년의 형이 선고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 재판을 놓고 박씨측은 그동안 「정치보복」 및 「표적 사정」을 앞세워 무죄를 주장했고, 지지자들에 의한 유례없는 법정소란마저 피워왔다. 반대로 검찰은 다른 사건과는 대조적으로 「법의 한계」마저 이례적으로 한탄하면서까지 엄벌을 구하지 않았던가. ◆그래서 피고측과 검찰 모두가 1심 형량에 불복, 항소키로 해 팽팽한송사는 앞으로도 계속될 모양이다. 범부들의 세계에서야 이런 아웅다웅도 어찌보면 속세생활의 일상인 것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유독 큰 스님의 열반소식으로 한때나마 높은 경지의 선의 세계에 옷깃을 여미게 되는 시점에서 새삼 비춰지는 우리의 사바세계는 더욱 번뇌와 갈등의 늪인것만 같다. ◆중생들이 큰스님의 경지에는 쉽게 이르지 못한다해도 최소한의 양심과 법질서라도 지켜질수는 없는 것일까. 모두가 큰 스님을 생각하며 진지하게 반성이라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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