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실시경우 유혈책임공방 불보듯/12월 총선 승리로 대의명분 획득 포석 보리스 옐친러시아대통령은 과연 내년 6월 대통령선거를 실시할것인가.
이같은 물음에 대부분의 러시아정치분석가들은 회의적이다. 이들은 3일 러시아신헌법안이 각 자치공과 지역 지도자들에게 제시된후 조기대선이 무산될것이라는 확신을 가진듯 하다.
신헌법안은 대통령에 관한 부분에서 「러시아 연방헌법에 따라 선출된 대통령은 이 신헌법에 의해 임기만료때까지 직무를 수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옐친대통령이 내년 6월이 아닌 임기만료시점인 96년6월까지 대통령직을 유지하도록 명시한것이다. 그동안 러시아 정치권에서는 옐친이 포고령을 통해 발표한 내년 6월 조기대선에 관해 「불필요」「실시」「실시하되 6월이전」「새로운 의회가 결정할 사항」등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어왔다.
그러나 옐친진영내에서는 대통령이 지난 4월 국민투표에서 국민들의 신임을 받은만큼 또다시 대통령선거를 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을 펴왔다.
이같은 주장은 지난 10월4일의 의회유혈해산이후 조성된 정국분위기로 볼때 상당한 설득력을 갖고 있다.
대통령은 통치권자로서 「반헌법적」세력인 의회를 정당하게 해산, 정국의 위기를 극복했다는 논리다.
이 논리에 따르면 대통령은 신헌법채택과 새의회선거실시등 일련의 정치개혁을 추진하고 있는만큼 국민의 신임을 또다시 물을 필요가 없다는것이다.
조기대선불필요론의 또다른 근거는 옐친의 재집권여부다. 조기대선을 실시할 경우 옐친은 유혈사태의 장본인으로서 싫든 좋든 10·4유혈사태의 책임공방전에서 벗어나지 못할것이며 자칫하면 「피를 부른」책임자로서 패배의 위험도 감수해야한다.
특히 내년 6월까지 더욱 악화될 경제문제는 옐친의 재집권구상에 치명타를 가할지도 모른다.
이같은 현실적 요소들이 조기대선불필요론에 비중을 더하고 있다.
물론 옐친측은 대통령으로서 대국민약속을 저버렸다는 점에서 조기대선포기의 명분이 약하다.
하지만 대의명분은 오는 12월12일 실시될 연방의회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아무런 문제가 없을것으로 보인다. 연방하원인 국가「두마」선거에서 범옐친지지세력이 다수 당선될것으로 예상되며 이들이 새의회에서 「대통령선거 불필요」결의안을 채택하고 대통령이 이를 받아 들이는 수순을 밟으면 된다.
신헌법안은 새로운 연방의회의 임기를 2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옐친은 이 연방의회가 개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임시기구로서의 역할을 기대하는 듯하다.
신헌법안은 대통령에게 총리와 내각의 임면권과 의회해산권등을 부여하고 있으나 의회가 대통령을 탄핵할 수 있는 권리는 애매모호하게 규정하고있어 러시아의 새정치체제는 사실상 강력한 「차르형」대통령제임이 분명히 드러나있다.
특히 각자치공화국에 부여했던 「주권」조항마저 삭제, 「러시아연방」이라는 개념마저 모호하게 만들어 중앙권력을 강화시켰다.
옐친은 신헌법의 국민투표채택에 이어 연방의회를 출범시켜 향후 2년간 「독재적」방식으로 러시아를 강력하게 통치, 개혁을 완수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는것같다.
신헌법안은 오는10일까지 최종 마무리해 12일 공표될 예정이다. 옐친의 승부수가 성공할지 여부는 오는 12월12일 신헌법에 대한 국민투표와 연방의회선거에서 판가름나게 될것이다.【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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