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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땅값·임금 “3고가 족쇄”(「고비용」 벽을깨자: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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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땅값·임금 “3고가 족쇄”(「고비용」 벽을깨자:1)

입력
1993.1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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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경쟁력 애초부터 무리/생산비용 일·대만의 수배/품질·값 어정쩡… 설자리 없어 우리경제는 뭐든지 비싸다는게 특징이다. 소비를 할 때나 생산활동을 할 때나 항상 비싸고 많은 비용이 들게 돼있다. 특히 생산활동에 관련된 비용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금리가 단연 세계 최고이고 임금도 개도국중 최고에다가 1인당국민소득 대비 상대비교치로는 선진국들보다 오히려 더 높다. 땅값 역시 부동산천국이라는 일본보다 더 비싸서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토지 노동 자본은 생산의 3대요소다. 토지(땅값)와 노동(임금) 자본(금리)등 생산의 기본이 되는 요소비용이 세계최고 수준이라면 우리나라가 만드는 제품은 어쩔수 없이 세계에서 가장 비싼것이 될 수 밖에 없다.

○구조적으로 왜곡

 일류품질이 보장된 제품이라도 가격이 비싸면 경쟁력을 갖기 어려운데 우리는 품질도 보장되지않은 상태에서 값(생산비용)만 세계 최고 수준으로 비싸기 때문에 세계시장에서 한국상품이 경쟁력을 갖는다는것은 애초부터 무리일 수 밖에 없다. 한국상품이 미국과 유럽 일본등 세계시장 도처에서 밀리고 쫓겨나고 있는것은 품질은 좋지도 않으면서 값만 비싸기 때문이다. 후발개도국들한테는 가격으로 눌리고 선진국들한테는 품질로 눌리기 때문에 우리상품이 설 자리가 없는것이다.

 우리경제의 기본적인 틀이 「고비용구조」로 돼있다는 사실을 외면하고 정부는 항상 핵심을 비켜가는 경쟁력 강화대책을 내왔다. 토지 자본 노동등 생산의 3대요소비용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비싸서 경제구조 자체가 「고비용구조」로 돼있다면 애당초부터 국제 경쟁력이라는것을 기대할 수도 없다는 자명한 사실을 외면해온것이다. 토지 자본 노동등 「비용3고」가 경쟁력의 원천을 봉쇄하고 있는 상태에서는 「고비용구조」자체를 깨뜨려버리는 과감하고도 획기적인 대책없이는 다른 어떤 노력으로도 경쟁력을 살려낼 수 없다. 

○신규투자 엄두못내

정부는 생산성제고다 산업구조조정이다 투자활성화다 또는 신경제의 의식개혁이다 자율동참이다 하면서 계속 대책들을 쏟아냈다. 지난 89년 6공때부터 시작해서 신정부에 이르기 까지 정부는 모두 열두번에 걸쳐 수출경쟁력강화니 제조업경쟁력강화니 투자활성화니 하며 한두달 건너 연속해서 대책들을 내놓았다. 그러나 경쟁력의 기본조건은 하나도 개선되지않고  오히려  악화됐다. 

 지금 우리경제가 갖고 있는 경쟁력의 기본조건을 간단하게 비교해보면 임금코스트의 경우 지난 89∼92년 평균치를 기준으로 한국은 8.2% 대만 3.8% 일본 2.0%(무협자료)다. 기업의 금융비용부담률은 한국이 6.3% 대만 1.5% 일본 2.2%다. 땅값은 공단분양가격 1평방미터당 현재가 기준으로 한국 2백8달러(남동공단) 대만 85달러(민웅공단) 일본 1백26달러(센다이공단)다. 토지 자본 노동등 생산요소가격에서 한국은 일본이나 대만보다 몇%가 아니라 몇배 씩이나 높다. 기본적인 생산요소비용이 이렇게 높은 상태에서 우리가 대만보다 품질 수준이 높다고 할 수 없고 일본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낮다. 품질도 안되고 가격도 안되고 그렇다면 무엇으로 어떻게 경쟁력을 낼 수 있는가.

 기업들이 투자를 안하는 것도 정책불투명이니 개혁 사정이니 하는 그런 이유들 때문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들어 낼만한 투자여건이 안되기 때문이다. 재계의 얘기를 들어보면 투자 안하는 진짜 이유는 다른데 있다. 가령 S전자의 예를 들어보면 내년중 추가투자를 위해 공장부지를 매입할 계획인데 평당 매입가격을 1백20만원 까지로 예상하고 있다한다. 이 회사가 지난 69∼70년 사이 수원공장부지를 매입할 때 매입가격은 평당 6백원이었다. 그 땅값이 지금 1백20만원이라면 20여년사이에 2천배가 오른것이다. 같은 공장에 2천배가 오른 가격으로 땅값투자를 하고 같은 제품을 만들어낸다면 그 제품의 가격은 어떻게 될것인가. 이 회사가 지금 그런대로 컬러TV같은 제품들을 수출할 수 있는것은 20여년에 걸쳐 땅값을 다 소화해 제품가격에 땅값부담이 거의 반영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새로 투자를 한다면 추가되는 땅값부담을 제품가격에 반영하지않고 어디에다가 전가시킬것인가. 그렇다고 2천배나 오른 땅값을 다 소화해낼 만큼 품질이 갑자기 올라가 비싼 값으로 수출을 할 수도 없는 일이니 천상 투자를 꺼릴 수 밖에 없는것이다. 지난 68년 1백45만평의 공장부지를 매입한 H자동차는 그 당시 평당 1백원에 땅을 샀다고 한다. 지금 추가 투자를 위해 땅을 더 사려고 할 경우 인근지역 땅값은 용도별로 평당 3백만원을 주어야 한다고 한다. 땅값이 3만배가 오른것이다. 그 돈을 주고 땅을 사서 공장을 증설하고 자동차를 만들 경우 지금 같은 경쟁력이나마 그대로 유지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다른 기업 다른 공장들도 다 마찬가지다. 지금 있는 공장을 더 돌리는것은 몰라도 땅을 추가로 사서 공장을 확장하는것은 어렵고 대부분의 경우 불가능하다는 얘기들이다. 중소기업들도 땅이 없으면 공장을 세울 수 없고 확장투자를 하기 어렵다. 땅값이 이런데다가 금리는 실세기준으로 지난 4∼5년동안 계속 20%대의 초고금리를 유지했고 임금은 다른 나라들보다 훨씬 빠르게 오르고 있으니 경쟁력이 생길리가 없고 경쟁력이 없어 안 팔릴 물건을 만들기 위해 투자가 이루어질리가 없는것이다.

○미봉책만 되풀이

 고금리는 그 유리함을 향유하는 사람들이 있다. 금융자산을 많이 갖고 있는 계층들이다. 땅도 부동산소득에 의지해서 살아가거나 재산을 굴리고 늘리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그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춘다는 것이 쉬운일이 아니다. 임금은 생산수단이 아니라 경제활동의 목적이기 때문에 더더구나 쉽게 안정시킬 수 없다. 그러나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초고지가 고금리 고노동비용등 생산요소의 「고비용구조」에 대한 정면 승부 없이는, 그 체질처럼 굳어 고질화된 「비용3고」의 철벽을 깨뜨려버리는 획기적인 대책없이는 원천봉쇄 상태에 있는 우리경제의 경쟁력을 되살려내기 어려울것이다.【박무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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