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80일작전 막내리자 또 활개/같은지역서 유사범죄 잇달아/경찰 “지칠대로 지쳐” 기강 해이… 공조도 안돼 강력범죄가 잇달아 시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새 정부 출범후 곧이어 전개된 제2의 범죄와의 전쟁인 1백80일 작전이 지난 9월말 막을 내리자마자 허술해진 방범망을 비웃듯 각종 범죄가 활개를 치고 있다. 김영삼대통령의 「부녀자가 밤거리를 마음놓고 다닐 수 있는 치안수준을 확보하겠다」던 약속이 공염불이 되고 있는것이다.
경찰은 부랴부랴 올해말까지를 민생침해사범 척결기간으로 설정, 형사·방범등 민생치안부서 직원과 전·의경을 총동원, 검문검색을 강화하는등 부산을 떨고 있다.
그러나 범죄에 대처하는 경찰조직의 움직임은 허술하고 느슨하다. 최근 서울도심에서 잇달아 발생한 이발소 강도사건은 경찰의 기강해이와 공조미흡등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동시에 보여준다. 지난 2일 하오 6시50분께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72의6 신촌이용원에 손님을 가장한 30대강도 2명이 침입, 주인 오모씨(47)와 이발중이던 손님을 위협해 3백95만원을 빼앗아 달아났다. 이에 앞서 지난달 28일에는 하오 3시30분과 하오6시10분 두차례에 걸쳐 서울 중구 남대문로5가와 용산구 남영동에서 2∼3인조 이발소 강도사건이 잇달아 발생했다.
인접 지역에서도 유사범죄 발생에 대비, 취약시간대 순찰을 강화했어야 하는데 치안망은 무신경했고 허점이 있었던것이다.
또 지난달 25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봉명산업대표집 고부살해사건이 일어난지 8일만인 지난 2일 사건장소에서 1㎞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또 대산화학 부사장 이병태씨(37)가 술에 취해 걸어가다 2명으로부터 야구방망이로 얻어맞고 숨졌다. 당시 경찰은 서울일대에 1만7천여명을 풀어 심야 일제 검문검색을 하던 중이었다.
관할 서초경찰서는 범죄소탕 1백80일 작전중이던 8,9월 2개월동안의 경찰서별 추진실적에서 6대도시 62개 경찰서중 최우수경찰서로 선정됐었다. 고부피살사건 초동수사에서 면식범인지 단순강도인지 감조차 못잡고 허둥거리고 사건현장 바로 곁에서 또 다른 강력사건이 발생하도록 예방조치조차 못한 경찰서가 기소중지자검거등 실적올리기에서는 최우수였다는 점은 실적위주로 상벌을 따져온 경찰의 조직관리관행이 일선 경찰관들의 수사력과 민생치안예방능력의 저하를 초래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경기 성남시 심곡동에서는 지난달 29일 중학1년생이 강도범행이 발각될것을 우려, 범행30분뒤 재침입해 50대부인을 칼로 20군데나 찔러 숨지게해 경찰의 「골목치안」이 말뿐임을 입증했다.
지난달14일 새벽에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에 복면강도 2명이 침입, 금품을 턴뒤 주부를 납치, 트렁크에 가두고 17시간동안 인천·김포등지를 돌아다녔으나 경찰검문에 한번도 걸리지 않았다.
경찰의 안이한 근무자세는 지난달 18일 0시30분께 경기 안산시 부곡동 고속도로 진입로 부근에서 발생한 승합차와 덤프트럭의 충돌사고 때 승합차안의 중상자 2명을 발견하지 못하고 사고차를 견인, 결국 사망케한데서 극에 달했다.
범죄를 예방하고 시민들을 보호해야 할 경찰이 오히려 범죄를 저지르는 일까지 생기고 있다. 지난 8월 28일에는 서울경찰청소속 원명호순경(31)이 이웃집 여자를 성폭행했다.
일선경찰관들은 『1백80일작전이 끝난후 좀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팽배해있는게 사실』이라고 솔직히 시인하고 있다. 밤낮없이 돌아오는 비상근무와 실적위주의 범죄소탕령에 지쳤다는 얘기다.
시민들은 물론 일선 경찰관들마저 강력범죄의 증가가 거창한 구호아래 목표를 세우고 실적을 따지는 구시대적 전시성 치안의 허구성과 비효율성때문이라고 지적하면서 15만 경찰조직의 위 아래가 모두 호응하는 세련된 치안확립방안을 고대하고 있다.【황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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