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78)이 대통령선거법 위반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위반으로 지난 1일 서울형사지법에서 징역 3년을 선고 받았다. 그리고 같은날 이원조의원에 대한 검찰의 내사종결이 밝혀졌다. 맨손으로 세계 굴지의 기업을 키워낸 신화적인 인물 정주영씨가 정치를 한다고 했을때 많은 사람들이 반대했던것은 그가 「실패한 정치지망생」이 되기보다 「성공한 기업인」으로 남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부패한 정치가들에게 나라를 맡겨서는 경제가 다시 일어날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자신이 「경제대통령」이 되어 경제기적을 이루겠다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14대 대통령선거에 출마한 그는 다른 후보들을 위협할만한 바람을 일으켰고, 총 득표의 16%인 3백88만표를 얻었다. 그가 얻은 표는 구태정치에 염증을 느낀 국민들의 의사표시로 결코 의미가 가볍지 않은것이었다. 그러나 부패한 정치판에 맞서 싸우겠다는 그의 선거전략 역시 부패한 부분이 많았고, 선거에서 패배한후 그가 취한 일련의 행동은 그를 지지한 4백만 유권자들을 무색하게 했다.
재판부는 정씨가 현대중공업의 비자금 4백33억원을 빼돌려 선거자금으로 썼고, 현대그룹을 이용해 사전선거운동을 했고, 『한국은행이 특정후보의 선거자금으로 3천억원을 발행했다』는 등의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는 이유로 징역3년을 선고하면서 『피고인이 기업을 사유물로 인식하여 마음대로 비자금을 사용한것은 피고인이 핍박받았다고 주장하는 과거정권의 행태와 같은것으로 비난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검찰이 이원조의원에 대한 내사를 종결했다는 소식은 정주영씨에 대한 실형선고와 맞물려 『세상이 변했는가. 아니면 변하지 않았는가』라는 의문을 갖게한다. 이의원은 안영모전동화은행장으로부터 거액을 수뢰한 혐의를 받자 지난 5월18일 돌연 일본으로 떠났으며, 그때부터 많은 사람들은 새정부가 고의적으로 이의원의 출국을 방조하고, 사건을 축소하려 한다는 의심을 품어왔다.
5·6공을 거치면서 「금융계의 황제」로 군림해온 이의원은 지난 대선당시 민자당의 선거자금 모금에도 깊이 간여했다고 알려져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아무리 사정바람이 불어도 이원조의원에게 손을 대지는 못할것』이라고 장담해왔다. 그러므로 검찰이 그에대한 내사를 종결했다는 소식은 짐작했던대로이고, 실망은 크되 놀라는 사람은 별로 없다.
국민들은 문민시대의 정의가 선택적으로 적용되고 있는것이 아닌가하는 의문을 품고있다. 지금까지 이런저런 사건으로 처벌받은 사람들중 많은 경우에는 『미움받을 이유가 따로 있었다』는 소문이 널리 퍼져있다. 「표적사정」이니 「표적수사」니 하는 말도 나돌고 있다. 죄있는 백사람중 「표적」이 된 한두명을 처벌한후 그것을 정의라고 한다면, 설득당하는 국민의 숫자는 점점 줄어들것이다.
「현대왕국의 황제」에대한 실형선고와 「금융계 황제」에대한 내사종결은 그것이 「죄있는 백사람」에게 공정하게 적용될 법원과 검찰의 소신인지, 의문을 갖고 지켜보는 사람들이 많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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