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미 핵전문가 피터 헤이즈 시사저널 인터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미 핵전문가 피터 헤이즈 시사저널 인터뷰

입력
1993.11.03 00:00
0 0

◎“북,군사제재땐 즉각 응수 으름장”/경제제재안 채택은 걱정안해/경수로기술이전 한국서 해야 유엔총회는 1일 북한의 핵문제해결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미국은 결의안채택에 이어 북한핵문제의 안보리회부를 경고하는등 대북한공세를 늦추지않고 있다. 북한은 이러한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어떤 대안을 갖고있는가. 최근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미국의 핵전문가 피터 헤이즈가 주간시사저널지 최근호(11월3일자)에 밝힌 북한의 대응방침을 독점전재한다.【편집자주】

 북한은 유엔안보리에서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안이 채택되더라도 개의치않을 것이나 만일 군사제재가 취해질 경우 즉각 보복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지난 10월 5일부터 2주일간 북한 방문에서 단독면담한 북한 노동당 비서겸 조국평화통일 위원회부위원장인 김용순은 『북조선은 어떠한 경제제재에도 끄떡없다.

 올해 북조선의 농사는 아주 잘되었기때문에 최소한의 생활수준을 1년이상 유지할 수있어 의식주문제는 걱정할 게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최악의 경우 미국이 북조선에 군사제재를 가한다면 북조선은 정면응수(Slap for a Slap)의 원칙을 미국과 한국 그리고 주변국에 적용할것』이라고 밝혀 공격받는 즉시 보복에 나설것임을 다짐했다.

 김용순은 10월19일 저녁 6시부터 여섯시간가량 가진 요담에서 『북조선은 핵문제를 정치카드로 활용하는것을 원치 않는다. 핵문제를 풀지 못할 이유가 없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특히 미국의 경수로 기술이전에 강한 집착을 보였다. 김용순은 『다음단계의 북한 미고위급회담은 아주 빨리 여는 게 긴요하다. 회담의 성패는 경수로 이전문에제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음 회담에서는 미국과 북조선이 경수로 이전에 대한 합의선언을 포함한 포괄적인 해결책이 나와야한다. 그래야만 많은 긴장을 해소할 수있다. 그런 타결책이 나온다면 핵확산금지조약문제는 더이상 쟁점이 될 수없으며 나아가 북한 미국간의 관계정상화에도 기여할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김용순은 경수로 이전문제가 성공적으로 풀리면 북한은 핵확산금지조약체제내에 잔류할것임을 거듭 표명했다. 그러나 그렇지않을 경우 자체원자력 기술을 통해 전력을 충당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우리는 댐을 건설해도 비난받고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해도 비난 받는다. 도대체 우리보고 어쩌란 말이냐』고 반문하며 핵시설과 관련해 북한의 일거수 일투족을 문제삼고 있는 국제사회에 불쾌감을 표시했다.

 경수로 기술의 제공자와 관련해 김용순은 『북조선은 미국 러시아 남조선 어느나라가 경수로 기술을 제공해도 상관없다. 다만 기술이전은 북조선과 미국의 협정에 따라 이뤄져야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미국이 남조선에 제공한 경수로 기술을 북조선에도 수출해야만 북한 미국간의 원조, 투자및 무역에 따른 제반정치및 법적 장애물을 없애줄것』이라고 밝혀 기술이전에 다른 걸림돌을 제거하는데는 미국의 역할이 긴요함을 강조했다.

 남북회담과 관련해 김용순은 한미팀스피리트훈련 중단문제가 남북회담의 진전과 직결돼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남조선이 특사교환제의를 받아들인 일은 좋은 징조다. 그러나 팀스피리트훈련을계속함으로써 남북회담을 실무접촉이상의 진지한 회담으로 끌어올리는 게 불가능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상징적인 북남 고위급회담은 한두차례 열리다가 갑자기 중단될 수 있다. 이는국 상황을 개선시키는 게 아니라 오히려 악화시킬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최근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노동1호를 시험발사한것이 특히 일본에서 뜨거운 쟁점으로 부각된데 대해 김용순은『일본의 강경세력이 이 문제를 재무장을 위한 구실로 삼으려 한다』고 맹비난했다. 그는 군사유대를 포함한 일본 러시아 한국의 삼각관계를 문제삼고, 특히 『러시아의 지속적인 군사력확충에 유의해야한다』고 지적했다.

 김용순이 한반도에서의 미국존재 필요성을 인정한것도 주목된다. 그는 『조선은 강대국에 둘러싸인 조그만 나라다. 따라서 이지역에 특정세력의 영향력이 너무 커지지 않도록 미국이 계속 남아 있는것은 북조선과 미국의 공동 이익에 부합한다』라고 놀라운 발언을 했다. 그는 국가간에는 오로지 이해 관계만 존재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그런 이해관계는 일방적이든 쌍무적이든 다자적이든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국익이기때문에 누구도 다른나라의 정치 체제나 생활 양식을 비난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핵문제해결을 차일피일 미루면 그만큼 미국과의 협상할 입지가 좁아들것이라는 점을 잘알고 있다. 그러나 경수로 기술이전과 관련, 그 제공자는 논리적으로 한국이 주체가 되어야한다.

 그 이유로는 ▲미국에는 현재 경수로 건설회사가 없는데다 유사시 재정보증을 담당할 미 수출입은행의 여건이 좋지않고 ▲러시아는 북한에 기술이전을 원해도 재정보증을 할 수 없으며 ▲일본은 북한과의 전후 배상금문제가 타결되기전에 북한핵문제에 관여하기를 원치 않는데다 ▲또 다른 후보국인 프랑스의 개입을 누구도 바라지 않기때문이다.

 이번 방북은 유엔개발계획(UNDP)의 남북한 담당 자문관자격으로 이뤄진 것이지만 김용순과의 면담및 핵문제논의는 단순히 개인 자격으로 행해진 것이다.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늦어도 11월말이나 12월초에 미·북한간에 핵문제와 관련한 돌파구가 열릴것임을 확신한다. 김용순과의 면담을 통해 미국과 북한이 서로를 벼랑끝에 몰기보다는 서로에게 긴급양보라는 생명줄을 던지리라는 느낌을 받았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