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전략」 궤도수정은 아닌듯 민주당이 2일 예산심의와 개혁입법 및 과거청산의 연계불사방침을 표방한 것은 이기택대표가 주도해온 「유연전략」과 관련해 주목을 끌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상오의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여당측이 4일이후의 의사일정 합의를 위해 제의한 운영위회의를 거부하는 대신 3일 총무회담을 통해 국회운영전반을 논의키로 했다. 회의는 또 총무회담직후 의원 당무위원 연석회의를 열어 총무회담결과를 토대로 국회운영에 대한 최종당론을 확정키로 했다.
이날 최고위원회의는 민자당이 국가보안법 안기부법개정과 통신비밀보호법 제정등 개혁입법과, 율곡사업등 3대의혹사건의 진상규명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김태식총무에게 『총무회담을 통해 개혁입법과 과거청산에 대한 우리당의 확고한 입장을 전하고 적극적인 반응을 얻어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얼핏 이같은 결정은 민주당이 이번 정기국회 운영과정에서 보여준 유연전략의 궤도수정을 시사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과거청산과 개혁입법에 대한 여당의 태도를 예산심의와 연계하는 강공을 구사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러나 이대표등이 전하는 이날 회의의 분위기는 그런 관측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이대표는 『개혁입법과 과거청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의미정도로 해석해달라』며 『이같은 견해에 대해 최고위원들도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였다』고 밝혔다.
또 문희상대표비서실장은 『일부 참석자들이 개혁입법과 과거청산이 이대로 유야무야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에서 연계투쟁등 여러 방안을 검토해야한다고 주장한 것일 뿐』이라며 『이대표가 표방한 유연전략은 확고한 대세여서 궤도수정이 있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연계여부를 내일 의원 당무위원 연석회의에서 최종결정하겠지만 당내 분위기는 예산국회를 공전시켜서라도 얻을 것은 얻자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면서『연계불사의지를 의원들이 표방케 함으로써 총무의 대여협상을 지원하자는 뜻』이라고 부연했다.
이로보아 민주당이 이날 운영위를 무산시키며 새삼스럽게 관심사항을 부각하고 나선 것은 예산심의를 앞두고 대여협상을 다분히 의식한 결과로 여겨진다.
민주당은 3일의 총무회담에서 국회 경제개혁특위의 역할 재조정, 김대중씨 납치사건 진상조사를 위한 국회내 특위구성, 악법개폐를 위한 정치특위 활동의 강화등을 민자당측에 요구할 예정이다. 민주당으로서는 이 사안들을 지속적으로 주장해왔고 조금만 더 여당을 압박하면 소기의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판단을 하는듯 하다.
정작 눈길을 끄는 것은 당내의 일부 강경론을 일정하게 무마하면서 모양새를 갖춰 원내대책에 임하는 이대표의 모습이다. 이대표는 사실상 대여협상의 탄력성을 높이기 위한 「연계불사」방침을 내심 굳혀놓고도 짐짓 의원 당무위원 연석회의에 결정권을 넘겨놓았다.
이대표의 한 측근은 『최근들어 의원총회등에서의 결론을 의도된 방향으로 이끌기 위한 노력이 부쩍 강화됐다』면서 『이제는 과거와 달리 무조건 공론에 붙이고 보자는 식의 당운영은 벗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대표가 과거 김대중전대표시절의 「사전의견조정」에 관심을 갖고 원내운영에 임하고 있다는 얘기다.
또한 이같은 이대표의 노력을 김전대표가 뒷받침하고 있음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이 측근은 『주요 당정책결정에 관한 한 이대표는 김전대표의 의중을 헤아리려는 노력을 잊지 않고 있으며 김전대표가 은연중 당내의 반발을 무마하고 설득하는 양상을 띠기도 한다』고 전했다.
따라서 이대표의 유연전략이 분명히 표명된 이상 당내에서의 심각한 일탈은 없을 것같은 상황이다. 오히려 이같은 논의과정을 통해 이대표는 자신의 당운영방침을 당내에 심는 기회로 활용하려는 인상마저 주고있다. 이대표와 민주당의 변신은 앞으로 지속적인 관심대상이 되고 있다.【황영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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