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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출 이대론 안됩니다”/네덴란드 교포 실업인 박형신씨의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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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출 이대론 안됩니다”/네덴란드 교포 실업인 박형신씨의 체험

입력
1993.1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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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질·가격 나빠 살만한 물건 줄어/의욕까지 상실… 중국 무섭게 추격/네델란드 교포 실업인 박형신씨의 체험 『한국수출 이대로는 안됩니다. 힘과 기가 모두 빠져있어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하겠다는 정부와 기업의 의지가 없으면 이대로 주저앉고 말것입니다』

 네덜란드에서 섬유 전자제품등을 수입해 유럽각국에 판매하고 있는 박스 트레이딩 유럽사의 박형신사장(43·사진)은 한국의 수출은 「심각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지난 76년 네덜란드에 정착한후 매년 서울을 찾고 있는 박사장은 최근 『살 만한 물건이 매년 줄어들고 있으며 한국기업들에게서 팔려는 의욕도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에 오기전 들렀던 중국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라는게 그의 설명이다. 『값싼 중국상품의 품질수준이 상당히 높아졌습니다. 더욱이 모든 수출기업인들이 밤늦게까지 숙소를 찾는등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 열성적이었습니다』 

 74년 국내 종합상사에 들어가 입사 1년만에 샘플보따리를 들고 해외수주에 나섰던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그는 이번 중국방문길에서 70년대중반 1달러라도 더 벌기 위해 이리뛰고 저리 뛰었던 한국기업인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했다.

 한국의 수출을 「심각한 상태」로 보고 있는것은 한국상품의 품질과 가격경쟁력이 날로 하락하고 있음은 물론 한국기업들의 수출의욕마저 완전히 사라졌다고 판단하고 있기때문이다.

 최근 그는 한국의 수출기업때문에 10년 단골고객을 잃었다. 박사장이 수입하는 물건을 받아 판매키로 하고 광고까지 냈던 독일의 대형백화점이 납기일도 지키지 못하고 주문상품과는 전혀 다른 상품을 공급한 박사장을 더 이상 믿을 수 없다고 거래를 끊었기때문이다. 박사장이 주문한 공급자는 한국의 대기업이었으나 이 기업은 납기일도 지키지 않았으며 뒤늦게 보내온 샘플도 주문한 원단이나 디자인등과 판이, 약속을 전혀 지키지 않았던것이다. 

 최근들어 네덜란드 수입상들 사이에는「한국기업을 조심하라」는 말이 퍼져 있다고 한다. 주문과는 달리 전혀 엉뚱한 상품을 만들어 놓고는 그대로 인수하라고 협박하고 심지어 한국에 협의차 들어가면 출국하지 못하도록 잡아놓는 사례까지 있기때문이다. 박사장은 최근 한국의 수출기업들은 「물건을 제대로 만들지도 못하고 계약도 지키지 않으며 팔겠다는 의욕도 없는 무력하고 무례한 기업」으로 외국에 비춰지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한국수출의 활로를 원가절감, 고유상표 정착, 새로운 의욕고취등에서 찾아야 할것으로 지적했다. 

 『바이어는 1%라도 싼 제품이 있으면 달려가고 고급품으로 정착된 브랜드제품은 소비자가 먼저 찾습니다. 중국의 끈질긴 노력으로 칭타오맥주가 미국에서 불티나게 팔리고 있습니다. 대기업은 지속적인 고유상표전략을 펴고 부품 납품업체와 제조업체 수출업체가 1%라도 원가를 줄이려는 노력을 펴야 합니다』 

 최근 유럽공동체 경제사회위원회에서 동양인으로는 처음으로 「젊은 유럽인의 양성」이라는 제목의 주제연설을 한 박사장은 『젊고 패기있는 무역인양성기관을 설립하는것도 장기적인 수출확대를 위해 필요할것』이라고 말했다.【이종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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