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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씨 「실형」선고(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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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씨 「실형」선고(사설)

입력
1993.11.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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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주영현대그룹명예회장에게 1심에서 징역3년의 실형이 선고됐다. 특정경제가중처벌법·대통령선거법위반등의 법리나 이미 드러난 구체적 혐의로 미루어 이번 실형선고는 사실상 예견되어온 감이 없지않다. 더구나 지난 대통령선거의 결과로 시대도 이미 바뀐 시점인것이다. 그러나 막상 사법적으로 실형이 선고된 의미와 파장은 남다르고 여러모로 교훈적이라 할만하다. 정씨 개인적으로 보면 무척 애석한 일이기도 하다. 「한강의 기적」을 창출한 1세대 산업역군의 선두주자중 한 사람이자 「현대」신화의 주인공이었던 정씨이다. 그런 그가 80에 가까운 고령에 법정에까지 선 끝에 실형을 선고받기에 이르렀으니 누구인들 일말의 안타까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것이다. 불과 1년전 정치에 입문하기전만 해도 그는 한때 「경제대통령」소리마저 들으며 나라의 원로로서 경세제민의 역할이 기대되지 않았던가. 

 그런 전력과 공헌조차 돌연한 정치입문이후의 처신만으로 순식간에 훼손당할 수 있음을 실증한것 부터가 이번 선고의 생생한 교훈이라 할만하다.

 이번 판결문은 여러대목에서 시대적 의미와 법의 존엄에 대해 언급하고 있어 시사적이다. 

 『피고인이 대기업을 소유물처럼 인식, 마음대로 비자금을 선거자금으로 사용한것은 과거정권하에서의 행태와 같아 크게 비난받아야 한다』 『현대그룹을 이용해 사전선거운동을 한 최종적인 책임을 면할수 없다』 『한국은행이 3천억원을 특정후보의 선거자금으로 발행했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점등을 구체적으로 지적했던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판결은 개인적 위법차원에서뿐 아니라 구시대적 행태에 대해서도 아울러 판단한 상징적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하겠다. 「하면 된다」는 사고방식이 지나쳐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하던 구시대적 혼돈과의 단호한 결별이 요청되는 시점임을 뜻하는것이다.

 과거같았으면 고령의 우리나라 대표재벌총수가 이처럼 실형을 선고받는일이 감히 있을 수 있었겠느냐는 점도 아울러 지적될만하다. 설령 법정에 섰다해도 선고유예·집행유예로 끝났을것이다. 바로 그같은 점이 이 재판의 정치성과 형평 논란을 아울러 제기하는 근거가 될수도 있는것이다.

 이번에 정씨의 고령을 고려해 법정구속자체를 미룬것이라고 하나 사법적으로는 1심에서 일단 유기징역형을 선고했다는게 중요하다. 실형선고에 대해 법조계주변에서 놀라움을 표시하는것은 그 때문이다.

 유난히도 혼돈과 갈등이 심했던 시절을 살아온 우리이고보면 그런 시절을 새삼 상기시키고 끝막음하는 상징의 하나로써 이번 판결을 보는 소회는 새삼스럽다. 

 인간적 애석함의 여운속에 사람도 시대도 바뀌어 가는것이다. 이점을 누구도 잊지말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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