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법조항 철폐… 인권유린 사회범죄 막자”/공청회 개최·24시간 위기센터 개설도 성폭력을 완전히 추방하자는 움직임이 여성계에서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여성계는 성폭력이 단순히 현행법에 규정된것처럼 한 개인의 「정조」에 관한 죄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인권을 유린하는 사회범죄라는데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 직장내 성희롱, 공공장소에서의 성추행, 가정내 성폭력과 함께 어린이성폭력에 이르기까지 모든 유형의 성폭력으로부터 소중한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법적, 제도적인 방지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것이 여성계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성폭력추방을 위한 움직임은 이번 정기국회의 성폭력특별법제정을 앞두고 친고죄폐지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현행법의 친고죄에 의한 성폭력사건은 성폭력발생 6개월이내에 반드시 성폭력피해자가 고소해야 수사가 시작되고 가해자를 처벌할수 있도록 돼 있다. 바로 이조항이 문제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순결을 중요시하는 전통적인 사회분위기속에서 피해자는 자신의 성폭력사실이 공개되는것을 꺼려 사건신고조차 하지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친고죄규정이 오히려 성폭력을 조장하고 있다는 거센 비판을 받아왔다.
현재 민자당은 친고죄의 6개월공소시효를 1년으로 연장하는것을 골자로 하는 친고죄존치안을 내놓았다.이에반해 여성단체쪽은 친고죄완전철폐를 주장하는 법안을, 민주당에서는 원칙적으로 친고죄를 폐지한다는 내용의 법안을 제시해 놓고 있다.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성폭력상담소 서울YMCA등 13개 여성 시민단체로 구성된 한국여성단체연합 성폭력특별법추진위는 지난 28일 하오 여성백인회관에서 「친고죄는 과연 피해자를 보호하는 법인가」라는 주제의 친고죄존폐에 관한 공청회를 열었다. 이날 공청회에서 성폭력특위는 시민들중 87%가 친고죄 폐지를 지지하고 있다는 설문조사내용을 공개, 친고죄가 명백한 「사회적 범죄」인 성폭력을 묻어두고 방치함으로써 오히려 피해자를 양산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성폭력특위는 피해자의 명예존중을 위해 친고죄를 존속시켜야 한다는 민자당과 국회법제처등 정부입장에 대해 수사상의 기밀누설금지조항 신설과 비공개재판 피해자대리인제도등의 법적장치를 통해 피해자가 충분히 보호될수 있다고 반박하면서 친고죄폐지를 촉구했다.
직장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성희롱과 성추행등 각종 성폭력을 몰아내자는 운동도 활발하다.
지난 19일 서울대총학생회와 여연의 성폭력특위등이 중심이 돼 「서울대조교 성희롱사건 공동대책위원회」가 발족돼 서울대 교수의 조교희롱사건을 계기로 직장내 성희롱을 근절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이미 서울민사지법에 명예훼손으로 고소장을 내는등 법정싸움에 들어간 공대위는 지난 28일과 29일 각각 서울대와 교육부에 진상규명과 가해자 피해자에 대한 적절한 조치와 재발을 막는 제도적장치 마련을 촉구하는 내용의 진정서를 냈다. 공대위는 또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뿐 버젓이 저질러지고 있는 직장내 각종 성희롱사례들을 수집하기위해 성희롱피해신고를 접수하는 한편 이달 중순께 직장내 성희롱추방을 위한 공개토론회를 개최하는등 지속적인 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성폭력피해자를 구제하는 성폭력위기센터도 곧 설립된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12월초 상담소내에 성폭력구제를 위해 24시간 운영되는 성폭력위기센터를 운영할 예정이다. 위기센터는 성폭력피해자의 병원치료와 경찰수사의뢰와 신변보호등 성폭력피해자를 구제할 실질적인 활동을 벌이게 된다.
성폭력상담소는 이달 중순께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어린이성폭력의 주대상인 유치원생과 국민학교 저학년생을 대상으로 어린이성폭력예방용 교육비디오 1천부를 제작해 유치원과 국민학교등에 배포할 예정이다.
여연 성폭력특위 최영애위원장(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낮은 신고율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성폭력발생률 세계3위라는 불명예를 안고있다』고 지적하고 『이번 성폭력특별법제정에서 반드시 친고죄가 폐지돼야함은 물론 성폭력을 막기위한 구체적이고 지속적인 정부지원과 관심이 이어져야 할것』이라고 강조했다.【김병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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