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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입시(김성우 문화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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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입시(김성우 문화칼럼)

입력
1993.1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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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6월29일자 이 난에서 나는 백제가요 「정읍사」의 고향인 정주시가 이 고요를 시의 문화적 아이덴티티로 활용해야 할것이라고 쓴적이 있다. 바로 그 1주일후에 새로 부임한 김용신시장으로부터 한달쯤 지나 서신이 왔다. 『본인은 정주시장으로 재임중 정읍사의 복원과 그 뜻을 널리 알리는데 시정의 중요방침으로 삼고 여러가지 시책을 추진하여 정읍사의 고장 정주시를 발전시켜나가겠습니다』

 이 서신에서 김시장이 내세운 중요시책은 옛 정촌현의 정해 마을에 정읍사의 주인공이 살았음직한 집을 복원하고 정주시내의 정읍사공원안에 정읍사의 여인 영정을 모시는 사우를 지어 관광객의 순례지가 되도록 하겠다. 부덕을 기리기 위해 이미 정읍사공원에 세워진 망부상을 다량 제작하여 시청등 주요 장소 및 시내 여고등에 세우고 정읍사 가비를 주요 도로변에 설치하는 외에 정읍사 액자를 만들어 관내 주요기관·단체·업소에 걸도록하겠다. 향토작가로 하여금 정읍사의 설화를 정립하도록하는 한편 정읍사를 가무극으로 창작하여 정읍사예술회관에서 공연하겠다. 이밖에도 정읍사의 뜻을 전승할수 있는 시책을 계속 발굴하여 추진하겠다. 이렇게 참으로 의욕적인것이었다. 한 시장으로서는 여간한 문화주의 시정이 아니다. 기대를 걸고 있었다.

 올해 「문화의 날」을 맞아 정읍사문화제행사의 하나로 지난10월21일 가무극 「정읍사」가 공연된다는 소식을 듣고 김시장의 약속을 확인하러 정주로 갔다. 그새 김시장은 퇴임하고 없었고 현임 이정규시장이 그 시책을 계속 추진해오고 있었다. 정읍사 주인공의 집은 원광대의 한교수에게 고증을 부탁해 놓고있으나 그 복원은 예산관계로 맨나중 사업으로 미루었다고 한다. 영정을 모실 사우는 설계가 끝나 연내에 착공하며 착공과 함께 영정의 제작도 맡길 예정이다. 망부상 보급은 우선 금년봄 여성회관앞에 한기 세우고는 아직 더 늘리지 못했고 정읍사 가비나열은 보류했다. 정읍사 액자는 작년에 이미 1천개이상 만들어 각기관과 식당·여관등에 걸려있다. 정읍사 설화 정립은 마땅한 작가를 찾지 못한채 가무극 「정읍사」는 완성되어 이날 공연을 하게 된것이다.

 가무극 「정읍사」는 정주시가 전북대의 향토예술연구소에 제작을 의뢰하여 이 연구소 대표이자 전북대 국악과장인 정회천교수가 총감독을 맡았다. 서울의 방송극작가가 극본을 쓰고 전북대 국악과교수 두분이 작곡을 하고 이리의 극단대표가 연출을 하고 정주의 무용가가 안무를 했다. 60명의 출연진중 절반이 정주출신이고 그밖은 전주권에서 주로 국악과 출신들을 모았다. 총1억원이 넘는 제작비는 문예진흥원이 3천만원을 지원하고 나머지는 시비로 충당했다. 시로서는 큰 용단이었다.

 8백여석의 정읍사예술극장에 마침내 초연의 막이 올랐다. 무대에는 샘골의 우물가에 백제시대의 커다란 달이 둥실떴다. 정촌마을의 가문 좋은 처녀 화원아가씨에게 동네 총각들이 다투어 청혼을 한다. 공개심사를 하는데 가난한 장사꾼 미사랑이 씨름에 이겨 배필이 된다. 행상의 아내가 된 화원은 부도를 다해 주위의 칭송을 받는다. 미사랑은 흉년이 들어 도적들이 창궐하던 어느해 마을 사람들의 생필품공급을 위해 전주장을 향해 떠났다가 도적떼에 붙잡힌다. 도적 두령의 딸이 미사랑을 사모하여 놓아주지않는 사이 화원은 날마다 마을 어귀의 높은 바위에 올라 남편을 기다린다. 마을의 놈팡이는 미사랑이 죽은 사람이라고 화원을 유혹도 한다. 화원은 기다림에 지친끝에 「다·ㄹ 하 노피곰 도 ㄷ·샤」를 부르고는 숨진다. 미사랑이 그의 아내 사랑에 감동한 도적의 손에서 풀려나 2년만에 돌아왔을때 아내는 마을사람들이 세워준 망부석의 돌이 되어 그를 맞는다. 생과 사의 재회둘레를 주민들의 해원굿이 한바탕 어울리는 가운데 막이 내린다.

 국악관현악단의 생음악 반주속에 불려지는 노래들은 판소리와 남도 민요의 가락을 딴 현대 가요의 형식이다. 이 지역의 마을굿을 삽인한 안무와 함께 향토성을 살피려고 애썼다.

 총감독의 정교수는 앞으로 이번에 공연한 단원들을 중심으로 정주의 시립가무극단이 탄생되기를 바란다. 시립가무극단은 가무극 「정읍사」를 상설 공연물로 하여 봄 가을철이나 주말마다 정읍사의 고향을 찾아오는 사람들을 위해 공연할 수 있다. 작품을 더 다듬어서 전국 순회공연을 하여 정읍사의 행상에 나서고도 싶어한다. 많은 정력과 경비를 들여 정주에서 이틀동안 4회공연만 하고 그칠수는 없다. 줄거리를 차츰 보완하면서 설화를 탄탄하게 정립해나가면 백제 가요 정읍사는 새로운 감동으로 우리 국민의 가슴에 새겨질것이다. 새로운 전설로 굳어질 것이다. 이를 위해 어렵게 가무극 「정읍사」를 만들어낸 정주시의 노력이 가상하다.

 설령 작품이 아직은 미숙하더라도 이 자그마한 지방도시의 열정을 경시하지 못한다. 어느 대도시의 큰 무대보다도 호소력이 크다. 어느 직업극단보다도 메시지가 진실하다. 문화에 불을 지피는 불씨가 붉다. 행정이 한사코 문화를 외면하고 싶어하는 나라에서 정읍사의 정주시는 문화입시(문화립시)의 모델이 된다. 정읍사가 아니더라도 어느 고장이나 자기고장만이 가꾸어키울 문화적 특산물은 저마다 있는 것이다.【본사상임고문·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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