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곳없는 대학원생」 기현상도 지난 3월 1년간의 재외연구기회를 얻어 서울에 왔다.
나는 한국연구의 과제를 정하고 정식으로 한국연구를 하기위해 대학에서의 수업이외에도 많은 한국인들과 만나고 신문을 읽고 문학단체의 여행에 참가하는등 여러각도에서 한국과의 접근을 시도했다. 지난 몇달간의 서울생활을 통해 느낀 한국과 일본과의 다른 점을 적어보고자 한다.
지난 추석명절 직전 서울의 백화점과 시장은 여느때와 달리 고향에 가지고 갈 선물을 사려는 많은 구매객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한가위 전날부터 연휴기간에 서울시내는 고요했다. 많은 사람들과 차량이 지방으로 내려갔기 때문이다.
명절때 고향을 찾는것은 역사적으로 형성된 유교적인 관습이며 특히 선조를 중히 모시고 성묘를 중시하는 사상은 한국에서 가장 중요한 전통적 가치중 하나이다. 더구나 근대에 들어선 이후 일본에 의한 식민지 지배, 6·25전쟁, 분단현실등 역사적인 사건외에 대내적으로 60년대이후 급속한 공업화에 따른 서울시의 무제한적인 팽창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의지보다는 시대적 요청에 의하여 고향을 떠나게 되었다.
따라서 고향은 각각의 사람마다 한층 절실한것으로 인식되어 갔으며 매해 명절때마다 소위「민족대이동」현상이 나타나게 된것이다. 전통적인 가치의식과 관련하여 또다른 기현상이 있다. 한국에는 대학원졸업이상의 고학력자들이 많다. 이런 현상은 남보다 학문을 더 배우려는 높은 교육열을 반영하는것 일수 있으나 그 오래된 뿌리는 과거의 과거제도 전통에서 찾을수 있는것 같다.
학문에 의해 입신출세 하는것이 본인은 물론 집안과 가문의 영예라는 전통적인 가치의식이 뿌리박혀 있기에 남보다 더 배우려고 하고 더 좋은 직장에 취직하려는것이다. 얼마 안되는 대학·연구기관의 취직을 위해 한치의 양보도 없는 경쟁을 하고 있는것도 이점에 기인한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확실히 이러한 경쟁이 한국의 근대화에 밑거름이 된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그런 경향은 이미 각 분야에서 선진화를 추구하고 있는 한국의 현실에 비추어보면 분명 달라져야할 모습이다.
넓게 생각하면 이 문제는 성장우선정책의 이면에 나타난 부작용중 하나이다. 사회구조가 팽창되는 시기는 보다 많은 인력의 확충이 요구되지만 팽창속도가 느려져 정체상태가 되면 보다 세분화된 인적관리가 필요하게 된다. 한국도 이러한 시점에 도달해 있는것이다. 특히 연구기관의 부족같은 현상은 선진국으로 진입해야할 한국으로서는 빨리 해결해야할 급선무이다. 어떤 분야이든지 선진기술은 대학원생등 고학력자들의 연구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일본 입명관대 교수·고대 아세아문제연 객원연구원>일본 입명관대 교수·고대 아세아문제연 객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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