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비한 고급저택 처참한 잿더미로 변해/“가뜩이나 불경기로 허덕이는데…” 울상 로스앤젤레스 일원에 지난 27일(이하 현지시간) 발생해 3일째 계속되고 있는 남부 캘리포니아사상 최악의 화재로 가뜩이나 불경기에 허덕여온 이 지역에 커다란 타격을 줄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수많은 주택이 불에 타 부동산 경기가 한층 위축될것으로 우려된다.【편집자 주】
○…28일 새벽 동이 트자 전날밤 불길이 삼켜버린 남부 캘리포니아 일대의 참상이 처참하게 드러났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라구나비치는 고급 저택들이 즐비한 아름다운 도시였으나 많은 거리는 집들이 모조리 불타 옛모습을 알아볼 수 없는 잿더미로 변했다.
앨터디나의 한 주민은 커피잔 두 개와 시커멓게 그을린 아내의 손목시계가 건진 물건의 전부라며 『나는 평생을 일해왔는데 남은건 이것뿐』이라고 망연자실했다.
○…피트 윌슨캘리포니아주지사는 진화작업에 동원된 6천5백명의 소방수를 지원하기 위해 미산림청 인력을 차출하는 한편 인근 캠프 펜들턴 주둔 해병대를 동원, 라구나비치의 불타버린 3백여채에 대한 사체 수색 작업을 지시했다.
아직까지 사망자는 보고되지 않았으나 많은 소방수들이 연기에 의한 질식으로 고통받고 있으며 이중 2명은 위독한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캘리포니아주 당국은 산타나지역에 강풍이 몰아치며 기온이 내려가고 있음에도 불구, 28일 현재 최소한 13군데에서 불이 계속 타고 있다고 밝혔다.
○…캘리포니아지역을 휩쓴 불의 방화설이 나돌고 있는 가운데 적어도 한 건은 노숙하던 중국인 부랑자가 피운 불 때문인것으로 알려졌다.
안드레스 황(35)이란 이 남자는 27일 새벽 앨터디나의 산속에 있는 야영지에서 노숙중 모닥불을 피우다 불을 낸 혐의로 체포됐는데 이 불은 때마침 불어온 강풍을 타고 맹렬한 기세로 번져 5천5백에이커의 땅과 1백15채의 가옥을 불태워 수백명을 자신과 같은 신세로 만들었다.
○…27일 하오부터 로스앤젤레스 시내 중심가에 인접한 코리아타운에 매캐한 불냄새가 밀려들어 주민들은 한때 불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바람을 타고 재가 날아들어 주차장등의 차량과 창문틀을 뽀얗게 덮기도 했다.
○…캘리포니아주 상공 2백60를 지나던 우주선 콜럼비아호의 승무원들은 멕시코 북부 국경지대에서부터 로스앤젤레스 북부지역을 뒤덮고 있는 시커먼 연기의 사진을 지상으로 보내왔다.
의학자료 수집 임무를 띠고 지구를 11일째 선회중인 콜럼비아호 조종사 리처드 시어포스는 이날 1백63번째 지구궤도 선회중 적외선 촬영으로 포착한 사진을 비디오로 보내며 『내 자신도 캘리포니아에 가족을 두고와 걱정된다』면서 불길이 빨리 잡히기를 기원했다.【로스앤젤레스=이준희특파원 앨터디나·라구나비치 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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