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EA감시」 전제 북승인 할지도/접촉사실 공개… “대화급진전” 분석 북한핵문제를 둘러싼 긴장의 파고가 한껏 고조된 가운데 미국과 북한은 27일 뉴욕에서 이달들어 네번째 비공식접촉을 갖고 모종의 타결책을 모색했다.
국무부의 한 대변인은 이날 지난 21일 접촉에 이어 또다시 북한측과 뉴욕에서 비공식접촉을 가졌다고 확인했다. 미국과 북한은 지난6월에 있었던 1단계 미·북한회담이후 뉴욕창구를 열어두고 전화 또는 실무자급접촉을 통해 양측입장을 전달해 왔다.그러나 미국이나 북한은 지난 21일 이전까지는 한번도 양측간의 접촉사실을 공개하지 않다가 27일 두번째로 뉴욕회담사실을 밝혀 양측이 뭔가 다급한 대화를 주고 받고 있음을 확인한것이다.
이는 양측이 중요한 해결점에 근접해 가고 있다는 해석이 될수도 있고 앞으로 올지 모르는 만일의 사태에 대해 책임소재를 사전에 분명히 해둔다는 의미로도 풀이할 수 있다.
미·북한간 회담을 둘러싸고 지금 돌아가는 형편을 보면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탈퇴를 선언했던 지난 3월의 양상과 아주 비슷하다.
우선 북한이 만들어 가고 있는 긴장고조가 그때와 비슷하다.
북한은 지난 3월 북한핵개발위험론이 국제적으로 난무하면서 어쩌면 「외과수술적 공격」을 가해야 할지 모른다는 강경론까지 대두하자 이에 한술 더 떠 NPT자체를 탈퇴하겠다며 초강경책으로 외교기선을 잡고 나왔다. 미국은 북한이 이처럼 초강경으로 나오니까 『무엇을 원하느냐』는 식의 부드러운 자세로 북한과의 회담을 제의했었다.
북한은 이번에도 국제원자력기구(IAEA) 감시장비의 필름과 건전지 교체를 거부하면서 IAEA의 접근을 원천적으로 봉쇄, 긴장을 높일대로 높여가고 있다.
미국의 대북한 접근법도 지난번과 비슷한 면이 많다. 지난 3월 미국은 북경에서 실무자급 회담을 열어오면서도 이 회담이 언제 열렸으며 무엇을 논의했는지를 밝히지 않다가 북한 핵문제의 긴장이 최고조에 달한 시점에서 북경회담을 공개하기 시작했던것이다.
이번의 비공식접촉 사실발표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속단할 수 없다. 지난 3월의 북경실무급회담 발표가 미·북한간 고위급회담을 예고하는 일종의 예비종이었던것처럼 이번 뉴욕회담 발표도 상당한 대북한양보조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 양보는 첫째 한미간 연례합동군사훈련인 팀 스피리트의 중단, 그리고 미·북한간의 최종적인 외교관계수립을 약속하는 어떤 양보가 되지 않을까하는 분석들이 뉴욕 타임스를 비롯한 미국언론에 등장한다.
미국은 지금까지 뉴욕회담을 통해 대체로 2가지 사항을 북한측에 분명히 해둔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첫째는 IAEA감시의 계속성을 유지해야 미국과의 대화통로를 유지할 수 있다는것이다. 둘째는 IAEA 및 한국과의 실질적인 협상이 진행돼야 3단계 고위급회담을 가질 수 있다는것이다. 북한은 최근 이같은 미국측발언에 대해 『경청했다』 『심각히 받아들였다』고 외교소식통들은 전한다. 이런 표현들이 더러는 미·북한협상의 결정적인 진전으로 풀이돼 신문1면을 장식하기도 하지만 구체적인 진전은 아직 없는 상태이다.
한가지 분명한 점은 미국과 국제여론은 북한핵문제를 절대로 어물쩍 넘길수는 없다는것이고 북한도 이를 충분히 알고 있다는것이다. 그러나 문제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북한이 유엔제재를 감수하면서 대결로 갈지, 아니면 핵긴장을 높일대로 높인뒤 최대치의 외교이익을 챙기려 할지는 점치기가 어렵다. 북한이 어떤 외교적 이익을 핵포기와 맞바꿀수 있을지는 평양정권내부에서도 아직 결론을 내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
IAEA감시장비의 기능이 완전히 마비되는 극한점까지 가봐야 북한의 내심이 보다 확연히 드러날 것이다.【워싱턴=정일화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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