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금유용 의혹 EBRD총재 사퇴/파업책임 에어프랑스 회장 물러나 지난 81년 미테랑의 사회당 정권 출범과 동시에 프랑스의 정계와 재계에 화려하게 등장해 10여년간 촉망과 질시를 한몸에 받아왔던 아탈리형제에게 올해는 가장 잔인한 해가 됐다.
두사람은 프랑스에서 가장 유명한 일란성 쌍둥이형제. 프랑스언론들이 「지나치게 탁월한 천재」라고 부른 49세의 형제는 일란성쌍둥이답게 동시에 입신하고 몰락하는 길을 걸었다.
베르나르 아탈리는 1주일간 샤를르 드골 공항을 마비시킨 에어프랑스 파업에 책임을 지고 결국 24일에어 프랑스의 회장직을 사임했다. 이에앞서 형 자크 아탈리는 지난 7월 공금유용의혹과 표절시비에 휘말려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총재직을 떠났다.
두사람은 81년 미테랑의 발탁으로 프랑스 정계와 재계에 기린아로 등장했다. 자크 아탈리는 첫번째 동거정부가 시작된 86년까지 미테랑의 특별보좌관을 지냈다. 그는 프랑스 정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 한때 차세대 대권주자로 거명되기도 했다. 베르나르 아탈리는 81년 프랑스 최대보험회사인 「강」(GAN)의 회장으로 발탁된데 이어 사회당이 재집권한 88년 국영 에어프랑스 회장에 취임했다.
베르나르는 에어프랑스 회장에 취임한 후 관료적이고 비효율적인 경영으로 비판받아온 항공사를 전문경영인답게 개혁하는데 뛰어난 추진력을 발휘했다. 그러나 전세계적인 불황의 여파로 에어프랑스는 올해 10억달러의 적자가 예상됐고 베르나르는 이를 4천명의 감원과 비용절감으로 극복하고자 했다.
지난주 이 계획에 반대하는 노조의 파업은 프랑스 정치사회에 큰 파문을 던졌다. 에어프랑스는 하루에 평균 1억2천만달러의 손해를 감수해야 했다. 에어프랑스를 포함한 우파정부의 국영기업 민영화계획은 어려움에 직면했다.
에어프랑스의 감원계획 백지화로 파업은 일단락됐으나 우파정부는 파업확산의 불씨를 막기위해 결국 베르나르 아탈리를 희생양으로 내세웠다.
정계에서 주목받던 자크 아탈리는 동구의 경제지원을 목적으로 설립한 EBRD은행의 건물치장등 통상경비에 동구권지원규모의 2배를 사용했다는 비판에 시달렸다. 이어 엘리제궁 보좌관시절을 회고한 저서 「축어적 표현」에 노벨상 수상자인 엘리 위젤의 미테랑회견내용을 무단으로 표절했다는 스캔들까지 겹쳐 지난 7월 은행총재직을 사임하고 사실상 정치생명을 마감했다.
이들 형제는 갑작스런 출세와 지나친 재기, 엉뚱하고 자유분방한 기질로 지난 7월 언론인과 시사만화가들이 수여하는 「이즈노굿」(Is No Good)상을 받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아탈리형제의 몰락은 2차임기를 1년반 남기고 있는 인기없는 대통령 미테랑의 쓸쓸한 퇴장과 재기불능에 빠진 사회당의 운명을 재촉하는 상징으로 프랑스 언론에 투영되고있다.【파리=한기봉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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