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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란표 후유증/민자계파 미묘한 기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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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란표 후유증/민자계파 미묘한 기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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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10.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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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문 최소화 불구 “사건은 사건”/상호 경계시선… 갈등재연 조짐 민자당의 박철언·김종인의원 석방결의안 표결파문이 쉽게 가라앉을수 있을지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외견상 민자당은 예상을 넘는 20표이상의 반란표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시끄러운 편은 아니다. 과거 권위주의 시절의 여당에 비하면 오히려 조용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소란스럽지 않다 해서 문제가 해소된것은 아니다. 당지도부는 가능한한 파문을 확대시키지 않으려 하고있고 일반 의원들은 단지 입을 닫고 있을 뿐이다.

 민자당지도부는 26일 표결결과에 대해 나름대로 정리된 입장을 표명했다. 

 『일부 당론과 다르게 나온 표결결과는 항명이 아니라 인간적인 정리 차원의 개인판단일뿐』이라고 결론지었다. 전날 표결직후 급히 열린 고위당직자회의때의 굳은 표정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김종필대표가 국회대표연설을 마친뒤 주요 당직자들은 김대표 집무실에 모여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언뜻 보기엔 화목한 집안의 우애있는 가족모임 같았다. 오가는 덕담속에서 불화를 상상하기란 어려웠다. 그러나 당직자들의 표정에는 한결같이 어두운 구석이 숨겨져 있었다.

 황명수사무총장은 반란표를 정치적 의미가 전혀 없는 순순한 인간관계의 문제로 애써 해석했다. 

 『우리 동료가운데 일이 잘못돼 구속된 사람이 있다고 치자. 그 부인이 인간적인 관계를 얘기하면서 부탁하면 표를 안 찍을 수 있겠는가』라고 황총장은 반문했다. 그는 또 『선거법이라든가 정책의 문제에 있어서는 민자당이 한치도 흔들리지 않을것』이라며 『따라서 이번 표결문제는 항명이나 반란이라는 식의 정치적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는 단순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김영구원내총무도 이날 당소속 국회상임위원장들이 모인 자리에서 비슷한 얘기를 했다. 정치적 사안을 개인적 문제로 한 단계 끌어 내리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같은 해석은 전날 저녁 청와대에서 긴급히 열린 당정 대책회의의 결론이기도 하다.

 민자당지도부가 이처럼 「반란표」사건을 축소해석하려는 의도는 명약관화하다. 문제는 있지만 긁어 부스럼을 만들지는 않겠다는 생각이다. 일단 사건의 정치적 의미를 표백시킨뒤 내부적인 대책을 강구해나가겠다는 구상이다. 따라서 표결결과에 대한 문책등의 조치는 당장 없을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반란표」사건은 표면상의 조용한 처리와는 달리 민자당의 향후 역학구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당지도부의 축소해석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의원들은 이번 일을 무시할수 없는 「사건」으로 평가하고있다.

 유성환의원의 김윤환의원 전력시비발언의 영향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화학적 결합이 이뤄지지 않은 민자당의 갈등구조가 또다시 드러났다고 보는것이다. 

 한 민정계의원은 『과거같으면 여당에서 이 정도의 반란표는 생각할수도 없는 엄청난 사건』이라며 『이번 표결결과는 당내에 보이지 않는 갈등이 엄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증거』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또 『국회의원 각자가 헌법기관인 만큼 자신의 소신대로 투표를 하는것도 좋은 일 아니냐』면서 『정당이 달라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민정계의원들은 이처럼 「반란표」사건을 통해 민주계에 대한 불만을 은근히 털어놓으면서 동시에 당수뇌부의 대응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의원은 『이번 일을 계기로 민주계의 공천등을 통한 물갈이 의지가 더욱 확고해지는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다. 실제 민주계 일각에서 표결직후 『민정계와는 역시 같이 일을 못하겠다』는 목소리가 새어 나온것도 사실이다.

 이같은 양면적인 성격때문에 민정·공화계의원들은 이번 사건을 주의깊게 지켜보면서도 좀처럼 입을 열지 않고 있다. 

 당지도부의 조용한 처리방침과 의원들의 입조심이 맞아떨어져 「반란표」사건은 당분간 조용하게 지나갈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번 표결은 잠복성이슈로 남아 언제든지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는게 지배적인 견해이다.민자당은 또다시 시험기를 맞고있는것이다. 【정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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