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문화인물로 작년에는 한메 이윤재 선생님이, 올해는 외솔 최현배 선생님이 결정됐다. 내년에는 일석 이희승선생님으로 결정되었다고 한다. 이 분들은 한글 문화의 선각자들로 1942년 「조선어학회 수난」을 말·글·얼이 하나란 믿음으로 견디셨다. 오늘날, 이 분들을 비롯한 나랏말을 지키려고 애쓴 숱한 선학들의 희생과 헌신으로 우리 말과 글로 문화를 담는다. 이즈음 신세대가 즐겨 쓰는 표현물이 기성세대에게는 귀에 익지 않아 관심을 끈다. 예컨대 「롱다리 숏다리」,「나 오늘 널널해」 또는 「그 사람 맛이 갔어」라는 표현 따위. 대중매체 가운데 특히 텔레비전이 신세대에게 부정적으로 영향을 끼치며 컴퓨터 통신의 익명성이 그들을 더욱 부추겨, 신세대의 언어 현실은 참담하다. 구어와 문어의 경계가 무너지는등「영어세대」인 신세대의 어법은 바르지 않아 모국어 화법과 문장에 대한 정체성이 없다고 비난받는다.
그런데 외국어로 말미암아 한국어에 생긴 병통은 이들 「영어세대」의 탓만은 아니다. 우리는「한자세대」와 「일본어세대」가 우리말에 끼친 해악의 뿌리를 아직 제대로 뽑지도 못하였다.
조상들의 숨결이 깃들여 있고 우리들의 얼이 살아 숨쉬는 모국어는 거듭 유린되고 있으며 민족어는 환경공해에 못지 않게 심각한 위기에 처해있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우리는 한 편의 시를 쓰기에 앞서 일본어로 구상하고 나서 그것을 한국어로 옮겼던 「일본어세대」의 어느 시인의 처지와 크게 다를 바 없다.
때때로 조선조 후기까지 한자로 수학책을 엮어낸 산학자들의 직업공동체를 떠올리면서 퇴계나 율곡이 중국의 고전을 언해로 남겼더라면 한국학의 모습이 어떻게 바뀌었을까 상상해 본다. 모국어가 일찍부터 문화어로 의젓하게 자리를 잡았다면 더욱 주체적인 삶과 학문이 이루어질 수 있지 않았을까. 한글학자들을 기리는 뜻이 여기에 있으리라.<문유찬 연세대불문과교수>문유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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