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국회본회의에서 행한 김종필민자당대표의 연설은 현재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현실을 대체적으로 잘 파악하고 있는듯한 인상을 준다. 김영삼대통령이 취임후 지금까지 추진해온 개혁을 비롯, 정치·경제·사회와 안보·외교등 각분야에 걸쳐 문제점을 빠짐없이 챙기려고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이처럼 수없이 나열해 놓은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나갈것인지 구체적인 청사진이 제시되지못한게 안타깝긴 하다. 그러나 적어도 문제의식은 가지고 있는것같아 다소 마음이 놓인다.
그러나 시중 여론에서 제기되고 있는 문제의식에 비하면 그 절박감이나 강도가 떨어지는것도 사실이다. 또 그동안 새정부의 시행착오에 대한 반성이 부족하다는 점도 지적할 수있다. 반성이 철저하지못한 결과로 미래의 개혁 청사진에 대한 구체성과 결의가 돋보이지 않는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과거를 묻는 일은 이제 그만하고 앞으로는 미래지향적으로 나가겠다는 방향전환선언은 늦은감이 있다. 야당도 이미 해버린지 오래된 구문이다.굳이 의미를 찾는다면 여당대표의 국회연설을 통해 공식화했다는것이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정치개혁에 대해서만은 결연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것이 주목할만하다. 정치가 사회의 모든 분야를 좌지우지하기 때문에 정치부터 바꿔야한다는 발상은 올바른 접근방법이다. 정치가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제일 많이 썩었고 그래서 가장 큰 불신의 대상이 되어왔다는것을 이제서야 뼈저리게 깨닫고 있는 모습이다. 정치개혁이 안되면 다른분야의 개혁은 하나마나라는것을 깊이 인식하고 있는것 같다.
정치개혁에서 가장 중요한것은 두말할것도 없이 부정 부패 타락의 대명사처럼 통하고있는 선거풍토를 바꾸는일이다. 깨끗한 정치의 요체는 바로 공명선거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는것도 문제인식을 제대로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이를 실현하기위한 구체적 방안은 이미 나와있다. 지금 당내심의절차를 서두르고있는 민자당의 통합선거법시안등 정치관계법안들이 그것이다. 선거에 대한 종래의 인식과 관행 풍토등을 근본적으로 뒤바꾸는 획기적인 내용을 담고있다. 한마디로 돈을 쓰거나 법을 어기면 「정치사형」이 내려지는 혁명적인 법안이다. 워낙 무시무시한 조항들을 담고있어 현역 정치인들은 모두가 속으로 겁을 먹고있다. 실천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의원들도있다.
그러나 그러한 현실타협의 자세로는 정치나 선거가 근본적으로 개선될 수없다. 혁명적인 사고의 전환이 선행되지않으면 개혁이고 뭐고 성공할 수 없다는것이다.
그런면에서 김대표가 이날 연설에서 강조한 「정치개혁립법의 회기내 처리」방침은 선거혁명에 대한 결연한 의지의 표명으로 보고싶다. 야당도 반대할 이유가 없을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