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이해 엇갈려 단일통화까진 “험로” 유럽공동체(EC) 재무장관들은 25일 벨기에 룩셈부르크에서 회동을 갖고 유럽통화기구(EMI)의 초대 총재로 지난 9일 회원국 중앙은행 총재단이 추천한 알렉상드르 랑팔뤼시(64·벨기에) 국제결제은행총재를 선출했다.
랑팔뤼시는 유럽 통화 통합의 기준을 마련하고 통합 계획표를 짠 장본인이자 지난 8년간 주요국 「중앙은행의 중앙은행」이라 불리는 국제결제은행총재로 있으면서 국제 조정 역을 훌륭히 해냈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
EC는 그런 그를 내년 1월1일 출범하는 EMI총재로 선택함으로써 유럽통화동맹의 의지를 재다짐하면서 통화 통합의 제 2단계를 가시화했다.
EMI는 3단계 유럽통화통합 계획의 마지막 단계에 속하는 유럽중앙은행 창설 및 단일 통화 도입을 위한 준비기구이다.
유럽통합으로 가는 대장정의 핵심 축인 통화통합은 그동안 몇 차례 사망 고비를 넘기며 어렵게 진척돼왔다.
유럽통화동맹은 마스트리히트조약에 따라 ▲1993년까지 모든 회원국의 유럽통화체제(EMS) 참가(1단계) ▲1994년 EMI 출범(2단계) ▲빠르면 1997년, 늦어도 1999년까지 유럽중앙은행과 단일통화 실현의 3단계 계획으로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EMS의 중심 메커니즘인 유럽환율체제는 지난해 영국과 이탈리아의 탈퇴에 이어 올들어 지난 8월 환투기에 시달리다 못해 환율변동폭을 크게 늘리면서 준고정환율제로서의 틀을 사실상 포기했다.
그뒤 헬무트 콜 독일총리는 통화통합 일정이 2년 정도 늦어질 수 있다고 말했고 애초부터 통화통합에 회의적이었던 영국의 메이저총리는 최근 통화동맹은 불가능하다며 아예 꿈을 버릴것을 촉구하고 있다.
랑팔뤼시의 EMI는 이러한 어두운 전망과 현실적 어려움을 헤치며 통화통합으로 가는 막바지 굽이길을 닦게 됐다.
때문에 일부에서는 랑팔뤼시가 상당히 강력한 역할을 할것이라고 보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그 반대로 관측하기도 한다.
통합의 진전에 따라 자국의 주권이 제약받을것을 우려한 EC 각국 중앙은행 총재들은 랑팔뤼시를 EMI 초대 총재로 지명한 지난 9일 회동때 이 기구가 각국 중앙은행에 간섭하는것을 막기로 결정했다.
따라서 랑팔뤼시의 역할은 EC 12개국의 중앙은행들을 다독여 통화통합으로 가기 위한 상호 협력을 촉진하는데 그칠것으로 보인다. 그는 EC 회원국이 유럽 통화통합에 참가할 수 있는 조건으로 인플레·재정적자·환율·금리를 일정 수준에서 엄격히 제한할것을 주장하고 있다.
현재 EC 회원국중 이 엄격한 원칙론자의 기준에 합당한 나라는 룩셈부르크 밖에 없다. 이래저래 랑팔뤼시의 EMI는 험로를 걸을 수밖에 없을것 같다.【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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