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열린 소설가 황석영씨의 국가보안법위반사건 선고공판은 시대변화에 따라 법원의 시각도 크게 달라지고 있음을 여실히 느끼게 했다. 법원은 무엇보다도 국가기밀누설죄를 엄격히 해석, 황씨에 대한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인정했다.
지금까지 국가기밀누설죄에 대한 대법원판례는 『국내에 널리 알려진 공지의 사실이라도 북한에게 유리한 자료가 되고 대한민국에 불이익을 초래할 수 있는것이면 국가기밀로 본다』는것이었다.
재판부는 그러나 『언론매체의 성장, 정보산업의 발전등으로 각종 정보를 얻기 쉬워진 오늘날에는 실질적인 정보가치가 있는것만을 기밀로 한정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황씨가 재야인사의 인적사항이나 운동권동향을 알려 준것만으로 국가기밀을 누설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결론이었다.
이는 과거 대법원이 『우리나라에 분식집이 많다』는 사실을 북한에 알린것 조차 「악화된 식량사정」이란 국가기밀을 누설한 행위로 판단한 것에 비하면 크게 달라진 판결이다.
특히 황씨가 대변인을 맡았던 범민련 해외본부가 반국가단체라는 검찰주장을 배척한 것은 국가보안법사건에서 검찰의견을 거의 수용해온 타성을 과감히 벗어 던진것으로 해석된다.
재판부는 단지 북한과 동일한 주장을 하고 친북인사들이 핵심간부라는 사실만으로는 반국가단체로 보기 어렵고 정부전복을 기도하고 전복후의 새로운 정부의 수립을 구체적으로 구상했는지등이 입증돼야 한다고 규정했다.
물론 재판부는 북한이 반국가단체라는 기존의 판례를 고수했고 황씨가 영화판권료로 받았다는 25만달러도 국가보안법상의 금품수수로 인정하는등의 신중함을 잃지 않았다.
판결문에서 『황씨의 북한 방북기인 「사람이 살고 있었네」를 정독하는등 피고인의 인간적인 이해까지 접근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힌 재판부는 「앞서 가는 자가 아니라 같이 가려 한다」는 황씨의 소설 장길산의 후기를 인용하며 분단시대의 작가의 역할을 일깨우기도 했다.
결국 재판부는 황씨의 간첩행위를 사실상 인정하면서도 1심에서 징역10년이 선고됐던 문익환목사보다도 형량이 낮은 징역8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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