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에 핵폐기물을 투기하던 러시아는 투기의 중단을 발표하면서 자국의 핵폐기물 처리시설 건설에 필요한 자금지원을 주변국들에게 요구하고있다 한다. 자기나라 핵장비 운영과정에서 생긴 폐기물 처리때문에 외국에 손벌리는 핵국가는 러시아 한나라뿐이다. 「핵보유」에선 강국대열에 서면서 그 쓰레기처리에선 약소국입장을 서슴없이 택하는 태도가 국제관계의 통념으론 유례없는 추태로 보인다. ◆핵강국중의 하나인 러시아가 이렇듯 떳떳치 못한 꼴을 보이게 된데에는 그만한 사연이 있으리라고 생각된다. 우랄산맥에서 흘러내리는 테차강가에 구소련이 핵개발도시로 비밀리에 건설한 「첼리야빈스크―65」에서는 1948년에 이미 2백75만퀴리에 달하는 엄청난 방사능을 지닌 폐기물을 강에 버리기 시작했다. 당시 그 폐기물은 또다른 「시한폭탄」이라 불리었다. ◆시베리아에 위치한 것으로만 알려진 비밀단지 「크라스노야르스크-26」지역에서는 예니세이강에 마음놓고 방사능 액체를 흘려내보냈고 비슷한 성격의 「톰스크-7」지역에서도 인근의 톰강에 방사능 물질을 방류시켜 3년전인 90년에는 방사능으로 인한 환자 38명이 입원한 사례가 알려졌다. ◆북유럽과 인접한 국경지대의 북쪽 바렌츠해와 카라해도 구소련이 내버린 핵폐기물로 오염된 상태이고 카자흐스탄의 세미팔라틴스크지역에선 그동안 무려 4백67회에 달하는 핵실험을 실시, 바람을 타고 퍼진 방사능이 알타이지역의 곡창지대를 오염시켰다. ◆볼가강연변에 있는 도시 아스트라칸근처에서는 15회에 걸친 지하 핵실험으로 그 근처 지하에 매장돼 있던 천연가스가 충격을 받고 방사능을 지닌 가스를 뿜어내기까지 했다. 어쩌면 러시아 전국토가 핵오염지대화했다고 할수있는 상황이다. 러시아가 빚어내는 「핵공해」는 이미 러시아만에 국한되지 않는 인류의 재난으로 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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