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당집권12년동안 개각으로 가장 많이 교체된 부처의 장관은 내무와 농림이었다. 내무장관은 모두 19명으로 평균 재임기간이 7·5개월, 농림장관은 15명으로 9.5개월씩이다. 열달도 안돼 물러난 셈이다. 내무가 가장 많이 교체됐던것은 6·25라는 국난을 겪은데다 자리자체가 정치적인 직위여서 정계기상의 변화에따라 진퇴가 결정됐기때문이다. 9대장관인 김태선은 한달, 9대와 16대인 이범석과 민병기는 2개월만에 물러났다.
농림장관이 자주 바뀐것은 전적으로 쌀때문. 국민의 생명선인 쌀공급이 제대로 안되거나 곡가가 뛸때에는 민심무마를 위해 물러나게했다.
력대정권중 개각을 가장 자주한것은 6공때였다. 5년동안 27차례에 걸친 크고 작은 개각을 단행,자그만치 1백24명의 장관을 만들어냈다. 정무제1장관은 무려10명, 내무 8명, 건설 6명, 법무·체신·농수산·상공·노동등은 5명을 임명했다. 평균 1년1개월씩 재임한셈이다.
6공중반 모부처의 국장이 전화를 해왔다. 『제발 신문에서 우리부의 장관이 교체되어야한다든가 경질이 유력하다는 보도는 말아달라』는 간곡한 부탁이었다. 필자는 상사를 위하는 끔찍한 자세에 감탄하며, 「그 장관은 충직한 부하를 두어 행복하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얘기를 들어보니 그의 진의는 다른데 있었다.
『현장관이 훌륭하고 최적임이어서가 아니라 업무에 막대한 지장 때문입니다. 지난 근6개월동안 주요국·과장들이 다른 일을 놓다시피하며 저의 부서의 일을 전혀 모르는 장관에게 교육(?)시키느라 고생끝에 겨우 집무할수있게 됐는데 1년만에 또 바꿀 경우 또 되풀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당시 노태우대통령은 개각때마다 명분을 내세웠지만 국민들로서는 태반이 납득하기 어려웠다. 정작 개각요구여론이 비등할 때는 질질끌다가 김이 빠진뒤에야 단행했고 인책성보다는 1년정도 지나면 이사람 저사람에게 자리를 나눠주는식이어서 업무추진의 단속이 잦아지고 빈번한 책임자교체로 공직분위기가 어수선해져 기강마저 해이해지기도 한것이다.
개각은 어느때 단행하는것이 가장 효과적인가. 국정수행에 중대한 실책을 저지르거나 큰사고가 발생할 때, 그리고 한부처를 이끌어가는 능력에 문제가 있을 때 지체없이 단행해야 내각의 분위기를 일신할 수 있고 또 민심도 어느정도 수습할수 있는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이다.
김영삼대통령은 지난주 취임8개월만에 훼리호침몰사고와 관련, 교통장관과 항만청장을 경질했다. 처음으로 본격적인 개각을 단행한것이다. 그러나 온국민에게 충격을 주고 또 개탄케했던 사고였음을 감안할 때 이정도로 인책범위가 적당했고, 이것으로 민심을 어느정도 수습할수 있겠는가 하는데는 문제가 적지않다고 할수 있다.
취임이래 김대통령이 지난날 잦은 개각의 부작용을 감안, 충분히 업무를 소신껏 추진하도록 하기 위해서 조기개각을 하지 않을것이라고 누차 강조한 뜻은 이해한다. 하지만 국민의 입장으로서는 기왕의 내각을 쇄신하는것이라면 그동안 지금까지 업무수행능력과 통솔력에 문제를 일으켰던 인사들도 아울러 포함시켰어야 한다는 바람이다. 비록 임명된지 6개월밖에 안됐더라도 문제가 있을 때는 과감하게 그리고 적기에 단행해서 책임지는 자세를 확립시켜야 한다는것이다.
요즘 공무원사회의 분위기는 그 증세가 중증이라고 할 정도로 참으로 침체되어 있다. 눈치보기 보신주의 적당주의 그리고 안일병이 만연되어 있음을 국민들은 잘 알고 있다. 이는 새정부의 대대적인 사정바람이 주인이지만 내각자체의 눈치보기와 보신자세가 그대로 전파된 때문이 아닌지 깊이 생각해 봐야 할것이다.
이번 국정감사의 수감자세만 봐도 그렇다. 여러 여야의원들이 개혁적인 분위기를 인식, 전례없이 충실한 자료를 준비하여 내실있는 감사에 나선 반면 대다수 각료들은 적당주의와 현장만 모면하기, 그리고 얼버무리기로 일관하여 실망을 주었다. 오히려 개혁내각답게 모든것을 솔직하게 또 소신있는 자세로 분명하게 대처했어야 했다.
이제 내각은 크게 분발해야 한다. 부하직원들에 대해 덮어놓고 으름장만 놓을것이 아니라 그들이 눈치병과 안일주의를 스스로 고칠수있게 안심하고 일하는 분위기부터 마련하는 한편 아울러 민심안정에 적극 나서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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