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공무원들이 움직이지를 않는다, 기강이 풀렸다, 사기가 땅에 떨어졌다고 해서 정부가 「대책」을 마련하느라 부산하다고 한다. 사태의 심각성을 이제서야 깨달았다는것은 딱한 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다행한 일이라고 하겠다. 문민정부 발족이후 우리 공직사회, 특히 민원창구나 일선행정관서의 공무원들이 「깨끗해졌다」는 일반적인 평을 듣고 있음은 사실이다. 그러나 한발짝 더 나아가 민원인을 위해서 적극적인 행정을 펴는데까지는 못미치고 있다는 비판도 틀리지 않는다. 오히려 까다롭고 복잡한 민원은 이것저것 규정을 들어 미뤄놓는등 책임모면태도를 흔히 볼 수 있다고 한다.
문민정부가 아무리 신한국건설을 위한 「개혁」을 외쳐도 밑에서 이를 적극 추진해야할 일선공무원들이 당장의 한파만 지나가기를 기다려 납작 엎드려있다면 한국병치유는 가망이 없다. 공직자의 이러한 무사안일과 보신주의와 눈치보기등 「복지불동」현상은 갑작스럽게 등장한 어제 오늘의 문제도 아니다. 역대정권이 서정쇄신을 정책의 주요목표로 제기하고 서슬퍼런 숙정의 칼을 휘두르는 사이 저절로 습득한 생존의 지혜가 되어온것이다.
최창윤총무처장관은 각부처 기획관리실장회의에서 『현재 공직사회는 얼어붙어 있고 위축돼 있으며 상하·부처간에도 벽이 두터워지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이를 해소하기위해 기강확립과 실질적인 인사대책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또한 공직자 사기앙양을 위한 대책으로 하위직 공무원의 장기해외연수 확대와 과감한 특진제도 및 포상제도의 실시등이 제시된것으로 전해졌다.
우리는 지금과 같은 일선공무원의 무사안일과 기강해이가 이런 「대증요법」으로 고쳐질수 있다고는 보지 않는다. 더 근본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 일선공무원들을 민주적인 공복으로 만드는 대책이 시급하다. 모든 공직자가 스스로 긍지를 갖고 사기를 높일수 있도록 하는 「직업공무원제도」의 확립이 바로 그러한 대책일 수 있다. 정권의 향방에 관계없는 국민의 공복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때 공무원은 비로소 권력과 금력의 하수인으로 전락하지 않고 국가를 위한 사명감으로 열심히 일할 수 있을것이다.
요즈음 많은 공무원들이 사정추위를 타고 있다. 언제 목이 달아날지 모른다는 두려움속에서 전전긍긍하는것이 공직사회의 현실이다. 사기가 떨어진 공직자에게 창의적인 공무수행을 기대한다는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시국이 어려울수록 공직자의 기강이 확립돼야 나라가 흔들리지 않는다는것은 동서고금의 역사가 증명한다. 더구나 지금처럼 경제적으로 어려운 난국을 극복하기위해서는 공직자가 국민의 앞장을 서는 태도가 긴요하다. 정부는 이들 공직자가 개혁의 구경꾼이 아닌 주역으로서 자긍심을 갖고 나라에 봉사할수 있도록, 말아닌 제도로 대책을 세워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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