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밀한 준비로 소형쟁점 부각/전문성결여·무성의한 답변 “흠” 문민정부 출범이후의 첫 국정감사가 23일 막을 내렸다.
지난 20일간의 국감을 통해 국회는 과거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였고 새로운 시대를 맞아 적응실험을 일단 성공적으로 통과했다고 평가받을수 있을것같다.
이번 국감의 가장 큰 특징은 대형정치쟁점 집중현상이 완화되는 대신 상임위별로 다양한 소형쟁점에 치중하는 세분화와 분산화 경향이 뚜렷해진 점이다.
이같은 양상은 국감을 주도하게 마련인 민주당이 국감에 앞서 과거사문제등정치쟁점에 대한 집착을 버리기로 당론을 조정한 결과이기도 하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대선이 끝나 대형정치쟁점들이 자동소멸된데다 정국자체가 유동적이어서 의원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남으려는 자구의 노력을 강화한 결과라는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어느때보다도 의원들의 성실성이 돋보였다는 평가도 같은 맥락이다. 상임위별로 차이는 있었으나 대체로 의원들의 질의내용은 깊이가 있었고 과거와 같은 엄포성 폭로성 발언이 대폭 줄어들었다. 의원들의 질책은 물론이고 정책대안제시에 대해서도 수감기관측이 고개를 끄덕이는 장면이 부쩍 늘었다.
국방위가 국방과학연구소(ADD)감사를 중단하고 상공자원위가 참고인 채택문제로 하루반동안 사실상 공전한것을 제외하고는 감사과정은 시종 순조로웠다.
이처럼 내실있는 감사는 금융실명제 보완, 북한핵 문제, 러시아 핵폐기물동해투기 문제, 냉해, 대형사고, 유화업계 불황, 율곡사업 내실화 방안등 다양한 현안에 대한 진지한 논의의 분위기를 만드는데 크게 기여했다.
한편으로 침묵을 지키거나 편들기 쟁점흐리기식 발언으로 사실상 국감을 방해하기 일쑤였던 여당의원들의 태도가 눈에 뛰게 달라진 점도 새로운 양상으로 꼽힌다. 때로는 여야구분없이 수감기관을 몰아치고 사안에 따라서는 여당의원들이 야당의원들보다도 날카로운 지적을 해댔다. 그리고 여야내부에서도 서로 견해가 엇갈리는등 과거의 단선식 여야구분이 흐려진 것도 두드러졌다.
그러나 분명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이번 국감이 남긴 아쉬움도 적지 않다. 우선 의원 각자의 성실한 준비를 뒷받침할 만한 당차원의 국감전략이 미비해 정곡을 찌르는 감사에는 미흡했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국감의 주역인 야당의 경우 국방 문공 상공자원 교체위등에서 조직적인 역할분담이 시도되긴 했으나 인기상임위일수록 중구난방식으로 중복발언이 잇따랐던 것은 개선되어야할 대목이다.
또한 노력한 흔적에도 불구하고 일부의원들은 아직도 전문적인 능력이 부족해 다분히 변죽을 울리는데 그친 느낌을 주며 아쉬움을 남긴것도 사실이다. 여기에는 행정부처가 과거보다 의원들의 자료요구에 인색한 태도를 보인것도 한 요인이됐다. 자료제출 요구에 불응하더라도 마땅한 제재수단이 없는 현행법의 맹점을 십분 활용한 수감기관의 무성의는 구태의연한 답변과 함께 시급히 개선돼야 할 부분으로 지적되었다.
어쨌든 이번 국감은 의원들의 전문성 제고, 수감기관의 소신있고 정직한 답변태도등에 대한 기대를 충족시키기에는 미흡했지만 전체적으로 변화의 가능성을 확인시켰다는 평가를 받을수 있을것같다.【황영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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