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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시한앞두고 타협무드/미·북 막후담판 배경·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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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시한앞두고 타협무드/미·북 막후담판 배경·전망

입력
1993.10.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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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리회부·대화중단 서로 불원/팀훈련 중지·사찰재개 「교환」 소지 북한핵사찰문제가 막다른 대치국면으로 접어드는 것을 피하기 위한 미국과 북한간의 물밑대화가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최근 뉴욕에서는 북한의 유엔대표부 관계자와 미국 국무부관계자가 여러차례 만난 사실이 국무부에 의해 확인됐으며 21일에도 접촉이 있었다.

 그러나 실무접촉의 내용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북한과 미국이 10월말로 소멸되는 핵시설 감시카메라의 필름과 건전지를 교체하지 않을 경우 핵안전협정의 계속성에 중대한 문제가 생긴다는 공통된 인식아래 상당히 심도있는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보인다. 소식통들은 북한이 통상사찰을 재개할 뜻을 비치는등 유연한 태도로 나오고 있고, 미국은 팀스피리트훈련중지등 북한을 안심시키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전했다.

 북한이 국면전환을 위해 「푸른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소식은 신빙성이 높다. 북한은 그동안의 행동에서 확연히 드러냈듯이 핵카드를 이용해서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최대한의 양보를 얻어내는 것이 목적이다. 그러나 10월말까지 북한이 양보의 행동을 취하지 않을 경우 북한핵문제는 다시 유엔안보리로 넘어오면서 미국과의 대화가 끊어질 판이기 때문이다.

 북한핵문제의 궁극적 해결은 북한이 핵투명성을 증명해 보일 수 있도록 핵폐기물 저장소 2곳에 대한 특별사찰허용이다. 그러나 지금 뉴욕에서 벌어지는 실무접촉의 초점은 북한이 받아오다 갑자기 거부한 통상적인 일반사찰의 재개여부로 추측되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북한간의 최근 마찰은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탈퇴 선언후 핵안전협정상의 의무인 통상사찰에 제한을 가하면서부터이다. 북한의 주장은 사찰단이 들어와도 좋으나 감시기기에 필름과 건전지를 갈아끼우는등 현상유지만 허용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IAEA는 NPT의 보호를 위해 선별적인 사찰은 받아들일수 없다며 이를 거부했다.

 IAEA의 선별사찰거부는 북한에 마지막 카드를 던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국제사찰팀은 핵시설에 감시카메라를 설치하고 필름과 건전지를 2∼3개월에 한번씩 교체하게 된다. IAEA사찰팀은 지난 8월에 마지막으로 이를 교환했다. 원칙적으로는 지난 9월말께 갈아주어야 했다. 그러나 IAEA가 선별사찰은 안하겠다고 그냥 놓아두고 있는 것이다. 10월말이면 필름도 다 돌아가고 건전지도 소멸하게 된다.

 만약 그때까지 국제사찰팀이 북한에 들어가 이를 갈아주지 않아 카메라작동이 멈추면 기술적으로 큰 문제가 생긴다. 안전조치의 계속성에 구멍이 뚫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시영주오스트리아대사는 이런 상태에 직면하면 『지금까지 북한이 받아왔던 일반사찰은 효력을 상실하고 처음부터 새로 사찰을 받아야 하는 핵안전협정상의 문제를 일으킨다』고 지적했다. 한스 블릭스 IAEA사무총장이 서울에서 『10월말이 일대고비』라고 말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북한도 이같은 핵안전협정 불이행의 확대를 초래하는 모험을 원치 않는게 사실이다. 북한이 가장 염원하는 미국과의 협상이 중단되고 핵문제는 평양도 싫어하는 안보리로 넘어가게 되기 때문이다. 9월의 IAEA이사회의 결의도 강경했을뿐 아니라 회의분위기는 북한을 NPT에 붙들어 둘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강했다. 그리고 현재 개회중인 유엔총회 제1위원회(정치·군축)의 주된 의제가 대량학살무기확산금지이고 북한에 대한 우려가 계속되고 있는등 북한에 대한 압력이 심한 상황이다.

 따라서 북한은 미국과의 3단계 회담을 위해서도 건전지가 끊기는 상황을 원하지는 않을것이며 10월이 가기전에 가시적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많다.

 미국은 북한과의 제3단계 협상에 조건을 달았다. 첫째 북한이 IAEA와 사찰문제를 협의해야 하고, 남북대화를 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IAEA의 공정성을 공개적으로 부인하고 나선 북한이 어떻게 IAEA와 대화를 시작할지가 흥미있는 대목이다.

 또 북한은 표면상 미국에 양보를 했다는 흔적을 남기고 싶어하지 않는다. 따라서 미국은 팀스피리트문제를 신축성있는 카드로 내세울 가능성이 높다. 팀스피리트는 미국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므로 한국이 관여하게 되고 따라서 남북회담의 필요성도 높아지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북한이 통상적인 사찰을 수용한다 해도 문제의 본질적 해결과는 거리가 멀다. IAEA의 특별사찰을 위한 미·북한협상이 타결되기까지는 계속적인 밀고 당기기가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뉴욕=김수종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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