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로 상반되는 두개의 정책을 갖고 있다는것은 한심한 일이다. 정부의 수준을 말해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한 부처내에 서로 모순되는 2개의 정책이 있다는것은 더 한심한 일일것이다. 재무부의 여신관리규정에는 국내 재벌그룹중 주식분산 우량기업에 대한 각종 우대조치들이 명시돼있다. 재무부 이재국은 국내기업 소유구조의 핵심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돼온 재벌그룹총수 일가의 기업소유집중을 완화시키기 위해 총수일가의 주식지분이 전체의 8%를 넘지 않으면 아예 여신관리대상에서 제외시켰다. 이로 인한 혜택은 여신관리에 묶여있는 다른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은행돈을 마음대로 쓸 수 있고 땅도 정부승인없이 살 수 있으며 계열사도 자유롭게 신설할 수 있는것등 주요한것만 따져도 3가지나 돼 상당한 특혜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담긴 정책메시지는 『정부혜택을 받으려면 총수일가의 지분을 8%이하로 줄이라』는 것으로 요약돼 기아자동차등 5개사가 이 정책을 따랐다. 반면 재무부의 증시기관투자가 자산운용준칙에는 각 기관투자가들이 한 종목의 10%까지 주식을 취득할 수 있도록 규정해 놓고있다. 증권거래법에는 현재 일반투자자의 한 종목 투자한도가 10%로 돼있고 내년부터는 이 한도가 폐지돼 투자자 마음대로 주식을 살 수 있게 된다. 재무부의 증권국은 『투자한도를 풀어 주식을 많이 산 사람이 기업을 인수·합병(M&A)하도록 활성화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러한 틈바구니에서 삼성의 기아자동차 주식매집이라는 「사건」이 발생했다. 두가지 정책이 서로 커다란 모순관계에 있음이 이번 사태로 비로소 확인됐다. 특정기업이 정부말만 믿고 열심히 주식을 처분, 주식분산 우량기업이 됐다가는 다른 기업에 먹히기 십상이다. 인수·합병에 나선 다른 기업 입장에서도 냉정히 따지자면 정부가 개방한 인수·합병 활성화정책에 충실히 따랐을 뿐이다.
이번의 경우 재무부는 삼성이 전혀 문제될게 없다는 입장을 취했다. 『주식지분이 적은 기아는 어떻게 하나』라는 문제는 뒤켠으로 처졌다. 삼성이 기아의 주식을 팔기로 한것은 개별적인 특정사안의 해결이지 이 사안이 드러낸 커다란 문제점의 해결은 결코 될 수 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모순되는 두 정책을 짐짓 눈감고 못본척 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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