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하오7시30분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2월 개관하자마자 무대설비를 위해 다시 문을 닫았던 오페라극장이 6개월의 공사를 끝내면서 마침내 정식으로 문을 연 이날, 로비 로툰다엔 천장의 불이 오랜만에 환하게 켜진채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이날 공연된 작품은 베르디의 「아이다」. 재개관을 기념하여 오페라 6편을 잇달아 공연하는 「93 한국의 음악극축제」의 첫 작품인데다가 상하좌우 이동이 가능한 최첨단무대를 처음으로 사용, 음악계 안팎의 많은 관심을 끌었다. 베르디의 후기 대작 「아이다」는 사랑 때문에 서로의 조국을 배신하고 죽어야하는 이집트장군과 에티오피아공주의 슬픈 사연을 그린 대서사시다. 제대로 연출만 이뤄진다면 고대 이집트 문화의 화려하면서도 웅장한 기상으로 청중을 압도, 매료시키는 오페라이다. 이 「아이다」는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여러번 공연된 바 있지만 빈약한 무대사정 때문에 제맛을 전달할 수도 느낄 수도 없었다. 그러나 첨단무대장비를 사용한 이날 무대는 한마디로 무대장비의 우수함이 공연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가를 보여주었다.
우선 컴퓨터작동으로 신속한 이동이 가능해 여덟번에 달하는 장면전환을 전부 세트로만 처리, 무대의 현장감을 완벽히 살려냈다. 그동안의 공연에선 세트를 장면마다 옮길 수 없어 단순히 배경막을 바꾸어왔는데 그만큼 현장감이 떨어졌고 이야기 연결도 자연스럽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무대에선 주무대, 2개의 보조무대, 후무대등 모두 4개 무대를 사용, 신속한 장면전환이 가능했고 더구나 무대의 길이가 기존 공연장의 거의 2배에 가까워 공연의 입체감이 돋보였다.
또 이날 오페라극장에선 우리나라 오페라 공연 사상 처음으로 오페라 안경이 등장, 객석 곳곳에서 좀더 실감나는 무대를 즐기기 위해 관객들이 안경을 끼고 쳐다보는 모습이 연출됐다.
74년 대학교 3학년때 세종문화회관 개관작품으로 이탈리아 팔마오페라단이 「아이다」를 공연했을 때 입장권을 살 수 없어 단역으로 출연하면서 오페라를 훔쳐본 추억을 지니고 있다는 예술의 전당의 한 직원은 이날 공연을 지켜보면서 『이렇게 근사한 오페라전용극장에서 우리나라 오페라단이 훌륭하게 「아이다」를 공연하는 모습이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나무랄데 없는 하드웨어가 있으니까 문제는 이에 걸맞는 소프트웨어를 갖출 수 있도록 오페라공연의 완성도를 높이는것』이라며 『오페라극장이 많은 청소년들에게 오페라에 대한 꿈을 심어줄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잡기를 바란다』고 말했다.【박천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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