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전환 끝나 이제부터 시작”/소사장제 정착·전문인력양성 주력 동부증권의 김무기부사장(40)도 지난 2개월간의 금융실명전환과정을 가장 숨죽이며 지켜 본 경영인중의 한 명이다. 김부사장은 『파란 불이 켜진 횡단보도를 걷다가 달려든 차에 치일 때가 이렇지 않을까 할 정도로 퍼뜩한 느낌이 들었다. 5년 이내에 실시될 것은 예상했으나 그렇게 갑자기 시행될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 증권시세를 알리는 전광판이 모두 파란색으로 변하고 객장의 고객들이 아연해 할 때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했다』고 금융실명제의 전격실시 당시를 회상했다.
큰 혼란없이 실명전환이 끝난 현재 김부사장은 새로운 각오에 차 있다. 『실명제의 충격이나 효과에 대한 평가는 아직 이르나 정부의 조치와 보완이 어우러지면서 실명전환이 무사히 끝나 우리나라에도 이제 떳떳한 사회분위기가 자리를 잡아 나갈것이라는 확신이 선다』고 말하는 그는 『경영이 즐겁다』는 말로 최근의 심경을 밝혔다. 「공정한 경쟁」과 「진정한 실력」이 경영의 성패를 좌우할것으로 믿어지기 때문이다.
김부사장은 실명전환기간이 끝난 직후부터 더욱 바빠졌다. 그는 기업을 「살아있는 생명체」에 비유하고 『이제부터 단점을 보완하기보다는 장점을 살려가는 경영에 전력할것』이라며 『앞선 경영기법, 능력있는 직원이 신바람나게 뛸 수 있는 분위기조성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금융실명제 실시와 시장개방등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 경영환경에서 회사발전을 위한 새로운 기회를 만들수 있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
이를위해 그는 그동안 추진해 온 「소사장제」를 정착시키고 차별화된 서비스와 전문인력의 육성에 주력할 계획이다. 김부사장이 도입한 소사장제란 책임경영을 위한 권한의 대폭적인 하부이양이다. 예를들면 지점을 개설할 때 임원진은 개설시점과 지역만 정하고 나머지 객장의 내부설계나 운영방법등은 모두 부장급이하에서 결정해 시행한다. 이는 결국 실무진들의 책임의식 고취와 빠른 의사결정 및 행동으로 옮겨져 그만큼 위기상황에 대한 대응능력을 높일 수 있게 된다.
『급격한 경영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길은 창의성을 바탕으로 한 신속한 대응에 있다』고 믿는 그가 새롭게 시도하고 있는 또하나의 신경영은 임원진의 공동결재다. 이사급 이상 결재권을 갖고있는 임원이 모두 모여있는 자리에 기안책임자가 직접 서류를 들고 와 전임원들의 결재를 한꺼번에 받는것이다. 임원들은 결재하기 전에 기안책임자의 취지를 듣고 임원진간 협의를 거쳐 최종 결정을 한다. 시행 초기에는 임원들이 거의 매일 모여야했으나 최근에는 일주일에 많아야 세번 정도만 모인다. 결재권을 하부로 이양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임원들끼리의 의사결정시간이 짧아진 탓이 더 크다. 김부사장은 이를 「의사결정의 물류혁신」으로 표현했다.
동부그룹 김준기회장의 둘째 동생으로 서울대 외교학과를 나온 뒤 동부산업 부장으로 동부그룹의 경영에 참여해 동부제강과 동부투자금융을 거쳐 91년 7월부터 정부의 단자사 업종전환방침에 따라 전환한 동부증권의 부사장을 맡고 있는 그는 『금융실명제 실시 이후 창의력과 신속한 대응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 경쟁에서 이기는 경영풍토가 자리잡을것』으로 확신했다.【이종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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