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비서실장 직접 업무보고·답변 21일 운영위의 청와대감사는 문민정부가 들어선후 달라진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또하나의 현장이었다. 감사장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국회운영위 회의실이었지만 감사분위기는 사뭇 판이했다. 야당의 무리한 공세도「권부」의 뻣뻣한 자세도 눈에 뛰지 않았다.
무엇보다 달라진 점은「실세」라 할수 있는 박관용비서실장이 내내 답변석에 앉아 직접 답변을 했다는 사실이다. 수감기관의 장이 직접 답변한다는것은 다른 부처의 경우 당연한것이지만 청와대의 경우엔 이례적이다. 과거에 비서실장은 인사만 하고 업무가 바쁘다는 이유로 자리를 뜨는것이 관례였다.
4선의원 출신의 박실장은 자신이 몸담았던 국회의 분위기를 즐기기라도 하듯 시종 자리를 지켰다.『법을 무시하고 군림하는 청와대가 아니라 법을 존중하는 청와대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인사말을 한 박실장은 관행상 실무책임자가 하는 업무보고도 자신이 직접 했다. 야당의원의 일문일답 요구도 회피하지 않았다. 보통 상오중에 끝나는 청와대감사가 점심식사 이후까지 이어진것도 드문 일이다.
야당의원들도 청와대측의 유연한 태도가 만족스러웠는지 정치공세성 질문은 삼가는 모습이었다. 이원형의원(민주)은 『개혁에 찬사와 박수를 보낸다』면서 질문을 시작했다. 조홍규의원(민주)은 9명의 수석비서관중 주돈식정무, 홍인길총무수석만 참석한것을 짚었지만 완곡하고도 부드러운 방식으로「항의」를 전달했다.
김영삼대통령의 가신그룹출신인 홍수석과 마찬가지로 김대중전민주당대표의 비서출신인 최재승의원(민주)은 『홍수석은 개인적으론 선배』라고 전제한뒤 『홍수석이 자유로운 태도로 답변을 하니 분위기가 좋아지는것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다른 감사장에서의「자유로운 태도」는 야당의 호된 질책감이겠지만 이곳에선 양해사항이었다. 청와대의 막강한 권력때문만은 아닌듯했다. 권위를 벗고 진지해지려는 청와대의 노력에 국회도 높은 점수를 주는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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