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하오 4시30분께 일곱빛깔 영롱한 무지개가 서울도심 하늘을 수놓아 시민들을 잠시 「빨주노초파남보」를 읊던 동심의 세계로 이끌었다. 기상청에 의하면 최근 6년간 서울에서는 모두 다섯차례 무지개가 관측됐고 가장 최근에는 91년 8월22일에 보였으니 이번 무지개는 2년여만의 진객이다.
우리 마음속의 무지개는 동심의 갈피를 펼치면 언제나 찾아낼 수 있지만 하늘의 무지개는 좀처럼 볼 수가 없게 돼버린것이다.
일부에서는 대기오염으로 인해 무지개 뜨는 횟수가 줄어들었다고 단정하지만 기상학자들은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이론이며 대기가 오염되면 오히려 공기중에 물방울이 맺히기 쉬워 이론상으로는 무지개가 더 잘 만들어진다고 말한다.
물방울에 빛이 굴절되면서 나타나는 스펙트럼현상의 일종인 무지개는 비가 그친뒤 해가 나면 반대편 하늘에 남아 있는 물방울에 햇빛이 비쳐지면서 보이게 된다. 따라서 무지개는 상오에는 서쪽에, 하오에는 동쪽에서 떠오른다. 또 비가 그치면서 바로 해가 나야 하기 때문에 대개 소나기가 내린 뒤에 나타난다. 18일의 무지개도 하오4시께 시작된 소나기가 서쪽부터 개면서 아직 부슬비가 내리던 동쪽하늘에 형성됐다.
맑은 아침 하늘에 무지개가 뜨는 일도 있기는 하지만 이는 곧 비가 올 징조이다. 아침의 무지개는 동쪽 해를 받아 서쪽 하늘에 걸린다. 이 무지개는 서쪽에 비가 오고 있거나 비를 머금은 습한 공기가 있다는 표시가 된다. 그런데 지구자전의 영향으로 대기는 항상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동하므로 비구름이 곧 동쪽으로 몰려와 비를 뿌리게 되는것이다.
기상청은 사실 무지개를 24시간 관측하고 있지 않다. 기상예보에서 무지개의 비중은 그만큼 낮은 셈이다. 그래서 기상청이 관측한 숫자보다 더 무지개를 본 일이 있다고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사람도 많다.
무지개는 인간세상과 무관한 자연현상이지만 최근의 대형사고로 우울한 시민들에게 이제 재난을 끝내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려 나타났는지도 모른다.【이원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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