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혁명 첨병 “안방쟁탈전”/구미선 거대자본 합병붐도 세계 유선방송(CATV)업계가 세상을 바꾸기위해 뛰고 있다.우리나라에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는 CATV는 구미선진국에서는 이미 가정 직장 사회생활에서 삶의 일체를 지배하는 정보―뉴미디어산업의 천하평정을 위해 변혁의 시동을 걸었다.
영화나 뉴스·음악등 정보를 단순히 시청자에게 전달해 주는 기존의 CATV기능에다 컴퓨터통신망을 접목시켜 쌍방정보교류를 가능케함으로써 정보의 초고속도로(Information Superhighway)의 핵으로 거듭나고자 하는게 변혁의 목표다. 정보의 초고속도로란 영상·음향·문자등 모든 형태의 정보를 디지틀 신호로 바꾸어 전송하는 광케이블 통신망으로, 머리카락 한올 굵기의 광케이블이 브리태니카 백과사전 한 질의 정보를 전달하는데 1초밖에 안걸릴 정도의 초고속초대용량이 특징이다.
CATV업계의 움직임은 문자·그림·소리등 모든 형태의 정보를 컴퓨터가 읽을 수 있는 디지틀 신호로 바꿔 압축 또는 저장하는 기술이 최근 큰 진전을 보임에 따라 더욱 가속이 붙었다. 우선 디지틀 혁명으로 영화나 스포츠·뉴스 등 어떤 프로그램이든 보고싶을 때 바로 가정에서 골라 볼 수 있는 이른바 「주문형 비디오」(Video on Demand)시스팀이 가능해졌다.유선 또는 위성방송이 전세계의 시청자들로부터 주문을 받아 필름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이를 공급하는 공급자가 된것이다.
미 유선방송업체인 텔레커뮤니케이션사 (TCI)는 이미 이같은 서비스를 부분적으로 시작했다.이 서비스가 대중화될 경우 비디오 대여점들은 문을 닫게 될것이다.
TV를 보며 홈쇼핑을 하거나 전자우편으로 신문을 받아 프린터로 인쇄하고 컴퓨터 단말기로 오페라를 보다가 작곡자나 가수에 대한 정보를 더 꺼내볼 수도 있다. 정보전달이 지금처럼 일방통행이 아닌 쌍방향 흐름이 되는것이다. 또 디지틀 압축기술로 여러 채널을 1개 채널에 집약 송출하는 것이 가능해져 수십∼수백개의 채널이 각각 다양한 전문 프로그램을 가지고 소비자의 선택을 기다리는 다채널 시대가 열린다.
변혁의 선두주자는 역시 지난 13일 미유수의 통신업체 벨 어틀랜틱사와 합병한 세계 최대 유선방송업체인 TCI사다.미국은 디지틀 기술에서 유럽보다 앞서 1개 유선방송이 평균 50개의 채널을 갖고 있는데 TCI는 수년내에 채널을 5백개로 늘리기로 결정,현재 이를 위한 광통신망 정비 작업이 한창이다.벨 어틀랜틱사와 TCI는 기업 사상 최대 규모(3백30억달러)로 꼽히는 이번 합병을 통해 꿈같은 최첨단 정보시스팀의 실현을 앞당긴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이밖에도 정보통신과 뉴 미디어산업의 지각변동을 일으킬만한 CATV관련기업간의 통합 움직임이 활발하다.
음악전문 MTV를 비롯한 수십개의 유선방송에다 7백개가 넘는 극장 체인을 거느린 미 바이어컴과 홈쇼핑 전문 유선방송인 미 QVC는 지금 할리우드 영화메이저 중 유일하게 외국자본에 넘어가지 않은 파라마운트사를 합병하기 위해 불꽃튀는 경쟁을 하고 있다. 파라마운트는 영화 제작 뿐 아니라 방송과 출판도 하고있어 이 싸움의 승자는 방송·영화·출판을 아우르는 멀티미디어 거인이 된다.
유럽대륙의 CATV도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유럽 최초의 범유럽 유선방송인 MTV유럽은 자체 네트워크 외에 미 바이어컴, 영화 전문 유선방송인 영 VH1(Video Hits1)을 통해서도 방송을 내보내고 위성 송출로 지난달 멀리 키프로스와 터키까지 진출했다. MTV유럽은 최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PLO)간 평화협정으로 팔레스타인 자치가 시작된 가자지구에도 나갈 작정이다.
호주 출신의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은 자신이 갖고 있는 위성방송 SKY TV에 미 QVC의 영국망을 인수, 홈쇼핑 전문 종일 유선방송 QVC를 시작했다.이로써 머독의 QVC는 아침 시간대에 비어있는 채널을 이용한 기존의 유럽 대상 홈쇼핑 전문 위성방송 SellAVision을 위협하면서 유럽통합에 따라 세계 최대의 단일 시장으로 떠오른 유럽을 석권할 발판을 놓았다.
위성방송의 광역성에 대항하기 위해 영국의 유선방송 프로그램 공급업체들은 개별 소유프랜차이즈들을 하나로 잇는 새로운 유선방송 채널 와이어TV를 추진하고 있다.지난달 독일 본에서는 12개국 85개 관련업체가 참가한 가운데 디지틀압축기술의 유럽 표준을 마련하기 위한 회의가 열렸는데 MPEG2라는 이 표준이 확정되면 1백50개 채널을 갖는 유럽 TV 방송이 탄생한다.
미 시사잡지 타임의 모기업이자 유선과 위성 양방송을 갖고 있는 타임워너도 이미 1백50개 채널의 유선방송을 하고 있다.
뉴스전문 CATV방송들간의 경쟁도 뜨겁다.전세계에 걸프전을 생생히 보도해 뉴스 전문 방송의 대명사로 자리잡은 미 CNN도 유럽 에서만큼은 안심할 처지가 못된다. 영국의 BBC 월드 서비스,루퍼트 머독 소유의 스카이 뉴스,로이터 통신,미 NBC 방송등이 CNN의 아성에 도전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루퍼트 머독은 지난달 방송·영화·출판 ·통신·컴퓨터의 5대 산업을 통합한 뉴 미디어 제국을 건설하겠다는 야심을 당당히 선언했다.
CATV뿐만이 아니다.미국의 정보통신업체인 미 AT&T는 지난 8월 미국 최대 이동통신업체인 매코를 합병했다. AT&T는 이미 컴퓨터 업체 NCR,캘리포니아의 컴퓨터 통신망 시에라네트워크를 인수했으며 팩시밀리·무선전화기·개인컴퓨터를 한데 합친 손바닥만한 개인용 종합통신기기 개발사 EO와 이 기기의 운용 소프트웨어 개발사 제너럴 매직,멀티미디어용 CD 개발사 3OD의 지분까지 확보한 상태에서 세계 2위의 컴퓨터 게임 소프트웨어사인 일 세가와 제휴,게임월드의 패권 장악을 노리고 있다.21세기가 되면 전세계적으로 3조5천억달러에 이를것으로 보이는 최첨단 미래 기간산업의 황금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방송 ·영화 ·컴퓨터 ·오락 ·전신등의 관련산업들이 가히 세기말적 전쟁을 벌이고 있는것이다.
지금 세계는 코 앞에 닥친 정보 통신 유토피아건설 경쟁으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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