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강확립·의식개혁 거듭 강조/민심 추스르기 정치적 의미도 김영삼대통령은 18일 상오 서해훼리호 침몰 사고와 관련해 교통부장관과 해운항만청장을 해임함으로써 문책의 뜻을 분명히 했다. 김대통령은 이어 이날 하오 청와대에서 임시국무회의를 소집, 이번 사고에 대해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공직사회의 적당주의와 무사안일타파등 의식개혁을 거듭 강조했다. 민심수습과 가라앉은 사회분위기를 추스르기 위한 대통령으로서의 정치적 조치를 취한셈이다.
후속조치로는 내각차원에서 대형사고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이 마련될것으로 보인다. 새정부 출범후 9개월여동안에 각료경질은 법무 보사 건설에 이어 이번이 4번째이다. 그러나 출범초의 세 각료 및 서울시장 경질등은 재산공개등과 관련해 도덕성이 문제된 경우였다. 각료가 직무수행과 관련해 문책해임된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대통령은 그동안 가급적 사람을 바꾸지 않는다는 인사철학을 보여왔다. 다소 업무수행상의 문제가 발견되어도 소관업무를 파악할 수 있는 시간을 주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생각에서였다. 따라서 이번 교통부장관 해임조치로 「사람을 자주 바꾸지는 않되 책임질 일은 반드시 지게한다」는 인사권자의 뜻이 오히려 분명히 나타났다고 할 수 있다. 김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도 앞으로도 인명과 관련한 대형안전사고에 대해서는 반드시 행정적인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김대통령은 특히 국무총리를 비롯, 장차관에서부터 일선책임자에 이르기까지 책임행정을 철저히 엄수해야한다고 당부했다.이번 문책인사가 공직사회의 책임행정에 대한 높은 수위의 경각심 고취로 이어져야 한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한편 이계익 교통부장관의 경질은 사고직후부터 불가피한것으로 전망됐었다. 부산 구포역 열차전복사고와 아시아나 항공기 추락사고를 거치면서 김대통령은 안전조치점검을 계속 강조해왔다. 김대통령이 사고후 바로 문책인사를 단행할것으로 알려졌던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그렇지만 김대통령은 단행시기를 사체 및 선체인양이 완료될때로 미뤄왔다.승선인원조차 파악이 안된 상태에서 조기문책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판단에서였던것으로 알려졌다.
김대통령은 그동안 후임인선에 대해서도 신중히 숙고를 계속해왔다는게 청와대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 결과 후임 교통부장관 인선은 새정부의 참신성보다는 전문성을 중시한것으로 나타났다.교통부가 경제부처이면서도 역대 장관에 대부분 군출신등 비경제전문가가 임명돼 난맥상이 노출돼왔다고 본것같다.
또한 정재석신임장관은 3공화국 출신이지만 80년 상공장관을 물러난 이유가 5공의 모체가 된 국보위를 반대해 신군부의 미움을 산 때문이라는 점도 고려됐다는 얘기이다.
김대통령이 문책인사를 예고했을 때 일부에서는 부분개각 가능성도 점쳤으나 김대통령은 처음부터 이를 고려하지 않았던것으로 알려졌다. 문제점이 지적돼온 일부 각료의 경질인사를 함께 할 경우 이번 사고의 문책의미가 희석될것을 감안했기때문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또 현시점이 개각이 필요할만큼 정치적 매듭이 절실한 때는 아니라고 말했다.
이 말을 바꾸어 해석하면 정기국회가 마무리되는 연말께는 개각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된다. 정가에서도 대체적으로 연말연시 아니면 늦어도 김대통령 취임 1주년이전에 개각등 당정개편이 있을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그렇지만 앞으로 2개월여동안 현내각이 국정운영에 어떻게 대처해나가느냐에 그 운명이 걸려있다는 전망도 없는게 아니다. 김대통령이 이날 청와대에서 각부처 차관과 외청장까지 배석시킨 가운데 임시국무회의를 소집한것이 그 의미를 내포하고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대통령이 아무리 앞에서 뛰고 있건만 이같은 개혁의지가 공직사회의 밑바닥까지 침투하지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김대통령이 이날, 바람이 불면 잠시 엎드려있으면 된다는 보신주의가 일선 공직사회에 반영돼있다고 질책한것은 내각에 대한 경고로 들리는 대목이다.【최규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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