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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선거법/이성준(화요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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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선거법/이성준(화요칼럼)

입력
1993.10.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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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거법개정 작업의 물살이 빨라지고 있다. 여권핵심부는 대통령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 의회의원및 장등 선거직공직자선거에 통일적으로 적용할 「통합선거법」을 가을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킬 방침을 정해놓고 있다. 잘못된 선거풍토의 교정이 없는 정치개혁은 문자그대로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공정한 게임을 거치지 않고 충원된 정치권인사들이 또다시 정치풍토를 흩뜨려놓을 것은 뻔한 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권이 정치개혁의 제도화를 위해 선거법개정을 중요시하는 점은 이해할만하다.

 청와대와 민자당은 통합선거법의 시안명칭을 「공직자선거및 선거부정방지법안」으로 마련했다. 부정방지를 위한 획기적 제재조항이 담긴 내용물이다. 이 시안은 민자당의 의견수렴절차를 거쳐 국회에 제출되고 야당과의 절충 아래 입법화될것으로 보인다.

 시안의 주요대목들은 이 법이 「선거혁명」을 겨냥하고 있음을 분명히 말해주고 있다. 선거법위반에 대한 연좌제 도입만 봐도 그렇다. 후보자가족 선거사무장 선거연락소장 회계책임자등 핵심선거운동원들이 선거법을 위반할 경우 당선이 무효처리된다. 뿐만아니라 10년간 후보자의 피선거권을 박탈하고 공무담임권도 제한하겠다는게 연좌제의 골자이다.

 이 조항이 채택될 경우 후보자는 선거운동전체의 적법성에 무한책임을 져야한다. 연좌제조항 하나만으로도 통합선거법은 혁명적이라는 평가를 받을수있다.

 후보자 자신부터가 「선거법은 지키면 떨어지는 법」이라는 생각을 가졌던게 우리의 선거관행이었다. 그래서인지 민자당은 연좌제 조항 도입에 매우 소극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로 민자당 정치특위는 당의 시안에서 연좌제조항을 채택하지 않았다. 통합선거법 시안이 청와대의 주도로 마련됐음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각종 선거의 선거비용제한액만 봐도 놀랍다. ▲대통령선거 1백16억원 ▲지역구 국회의원선거 4천5백만원 ▲시도의회의원 선거 1천4백만원 ▲시·도지사 선거 4억5천만원 ▲시·군의회 선거 1천만원 ▲시·군의 장선거 4천3백만원으로 돼있다.

 멀리 갈것도 없이 지난해 대선때 어느정도의 선거자금이 풀렸고 국회의원 선거때마다 나오는 돈타령을 생각해보면 된다. 민자당에서 『돈과 조직으로 선거를 치러야하는 여당에서 자기죽자고 하는 얘기』라는 반발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국회의원선거 제한비용 4천5백만원등이 지켜질 경우 깨끗한 정치는 하지말라고해도 저절로 이뤄질 것이다.

 통합선거법 시안이 법안의 이해당사자인 의원들, 특히 민자당의원들의 불만을 불러일으키고 있는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민자당 일각에서는 시안마련에 있어 당의 의견이 완전히 묵살되었다는 절차상 문제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법에 따라 선거를 치러야할 당사자는 바로 의원들인데 시안에 현장의 목소리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주장들이다.

 그리고 이는 연좌제를 고수하고 제한비용을 지킬 경우 민자당은 과반수 의석확보에 실패하고야 말것이라는 으름장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봄 새정부의 개혁드라이브와 사정정국때 제기되었던 「민자당은 개혁의 주체인가, 아니면 개혁 대상인가」하는 얘기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사회 각분야의 개혁을 주도해야할 정치개혁을 제도화하는 과정에서 스스로의 발목을 묶어야하는 정치권의 딜레마가 선거법개정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대체적인 흐름은 민자당 내부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통합선거법은 거의 원안대로 국회에 제출될 전망이다. 민자당의원들도 지금의 시안이 자구수정 정도를 거쳐 그대로 확정될것이라는 현실을 인정하고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민자당총재인 대통령의 의지가 확고하기 때문이다. 재산공개과정에서 주춤거리는 민자당의 자세를 바꾼것도, 공직자윤리법개정의 속도를 빨리한것도 모두 국정최고운영자의 의지였기 때문이다. 여기에다가 선거법은 의원개개인의 이해가 상충하기 때문에 원만한 합의가 어렵다는 특수사정도 통합선거법의 조기마무리를 재촉하기에 충분하다.

 정치개혁의 제도화가 되는 선거혁명의 첫걸음이 엄격한 선거법 마련에 있음은 틀림없다. 이에못지않게 중요한 점은 법의 준수 여부이다. 그리고 이는 선거당사자인 후보의 몫만은 아니다. 유권자나 국민의 의식수준이 똑바로 서고 후보자가 법준수 의사를 명백히 할때 선거혁명은 가능해질수 있다.

 개혁정국의 와중에서 치러졌던 명주·양양과 대구 동을의 보궐선거는 선거혁명이 법의 문제가 아님을 여실히 보여주었던 뼈아픈 교훈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사회에는 「법은 지키는 사람만 손해」라는 법치주의에 대한 불감증이 팽배해 있다. 통합선거법은 『법을 지키지않을 경우 치명적인 불이익을 받는다』는 법준수의식과 맞물릴때 진정한 선거혁명을 불러일으킬수있다.【편집국장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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