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양된지 불과 11시간여만에 재침몰한 서해훼리호 사고는 우리의 성급한 사고대처방식에 다시 한번 경종을 울리고 있다. 인양작업이 애당초 무리하게 진행됐다는 지적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해군관계자들까지 선체 재침몰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은 아니었다고 솔직히 시인하고 있다.
해군은 서해훼리호 인양작업에 처음 동원됐을때 부터 해역상황을 고려할 때 선체인양에는 최소한 1주일이 소요될것으로 예상했다. 사고지점의 유속이 빠르고 해저의 시계가 극히 불량한데다 선체의 3분의1이 펄에 파묻혀 있어 작업조건이 최악으로 판단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악조건 속에서도 해군 특수요원들은 사고 이튿날부터 시신인양과 함께 선체인양준비작업에 참여했다. 1시간 잠수에 5시간 휴식을 취하도록 돼있는 근무수칙은 무시됐었다. 『잠수병에 걸릴지 모른다』는 관계자들의 우려도 공허한 메아리 일 뿐이었다.
대형사고를 조기에 수습하고픈 당국의 바람과 시신이나마 찾아야겠다는 유족들의 안타까운 절규가 그대로 현장에 투영됐기 때문이다.
선체인양 준비작업은 마치 군사작전을 방불케하는 강행군끝에 인양목표일인 17일 당일 이른 아침에야 마무리됐다.
준비작업은 16일 하오까지 마치려고 했으나 기상조건이 나빠져 그나마 철야작업을 강행해야 했다.
인양당일 기상도 작업수행에 썩 나쁜 상태는 아니었다 하더라도 만족할만한 정도는 못됐던것으로 나타났다. 날씨가 더 나빠질것이라는 예상도 있었다.그러나 인양작업은 예정대로 강행됐다.
하지만 손에 땀을 쥐며 인양과정을 지켜보던 국민들은 불과 11시간여만에 다시 가슴이 철렁하고 말았다. 이날 하오8시 서해중부상에는 폭풍주의보가 발효됐고 3의 높은 파도와 초속 30∼40의 거센바람이 휘몰아쳤다. 서해훼리호를 매단 설악호의 와이어 로프가 버틸 수 있는 장력의 한계를 이미 넘어선 상황이었다. 구조단의 조급함은 다시 사고를 낳고 말았다.
바쁠수록 돌아서 가라는 속담의 의미를 다시한번 새겨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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